<돈줄 죄는 미국> 세계 금융시장 일단 '안도'

입력 2013-12-19 08:53
신흥국 외국인 자금이탈 우려로 충격 불가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5월부터예고한 '출구전략'이 7개월 만에 윤곽을 드러내자 전 세계 금융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19일 세계 금융시장이 이미 양적완화 축소라는 문제에 내성을 쌓았기 때문에 이번 결정이 시장을 충격에 빠뜨리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밤 미국 증시는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에 나서면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급등 마감했다. 한국 증시에도 불확실성 해소가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긍정적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신흥국 주식·채권시장과 외환시장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 우려로 충격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 미국 증시 급등…코스피도 일단 상승 전망 18일(이하 현지시간)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발표한성명에서 다음 달부터 자산매입 규모를 매달 850억 달러에서 750억 달러로 줄인다고발표했다.



지난 7개월간 투자자들을 괴롭혔던 양적완화 축소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축소 규모를 100억∼150억 달러로 본 시장의 예상에도 들어맞는 내용이다.



연준의 이런 결정에 뉴욕 증시 주요 지수는 일제히 상승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92.71포인트(1.84%) 오른 16,167.97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29.65포인트(1.66%) 1,810.65에 거래를 마쳤다. 나스닥 지수도 1.15% 올랐다.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할 만큼 미국 경제 상황이 좋아졌다는 데 고무돼 주요 지수가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예상했던 완만한 자산매입 축소가 결정됐다는 점에서 이번 '출구전략' 발표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양적완화 축소 우려가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돼 있기 때문에 외국인 자금 이탈로 인한 시장 변동성이 예전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양적완화 축소 규모가 예상된 수준으로 결정됐기 때문에 외국인 자금이 크게 이탈할 가능성이 적다"면서 "외환 보유고가 탄탄하고 경상수지가 흑자인 한국 시장이 다른 신흥국과 비교해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말했다.



실제로 지난 5월 출구전략이 언급된 이후 외국인은 위기설이 제기된 아시아 신흥국에서 자금을 빼 경제 펀더멘털(기초 여건)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 시장에 투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관건은 수출을 비롯한 경제 펀더멘털의 회복 속도"라면서 "미국과 유럽 경기가 좋아지면서 한국 수출이 개선되면 '출구전략' 악재를 넘어설 수 있겠지만, 아시아 경기 악화나 엔화 약세로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면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지난 8월 금융위기 직전까지 몰린 신흥국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크게 이탈하면 국내 증시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김성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양적완화 축소 결정에 따른 신흥국 시장의 반응이코스피 변수가 될 수 있다"며 "최근 신흥국 시장의 자금 움직임을 하루 이틀 정도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 채권시장 담담한 반응…"예상했던 결과" 양적완화 축소 결정에도 미국 채권 금리가 안정세를 보여 전 세계 채권시장 역시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채권시장에서 18일 오후 4시(미국 동부시간) 현재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0.045%포인트 상승한 연 2.888%를 나타냈다. 이는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양적완화 축소 발표 직후 2.922%까지 올랐으나 상승폭이 제한됐다.



실업률이 6.5% 아래로 하락한다 해도 기준금리를 상당기간 제로(0~0.25%)에 가깝게 운용하는 초저금리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연준의 정책 안내(포워드 가이던스)에 시장 참여자들이 주목했기 때문이다.



박승영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지난 5월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를 시사했을 때는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3%까지 올랐다"며 "금리 상승이 현재 수준에서 제한된다면 국내 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이 감소하고, 원·달러 환율이 올라 외국인 투자자들이 원화 표시 자산 비중을 축소할 수 있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이 일본 등 여타 금리와의 차이를 벌려 자연스럽게 외국 자금의 미국 유입을 촉진하는 것이다.



시장은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내년 중반 3.18%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채권 금리는 양적완화 축소 우려를 미리 반영해 오를 만큼 올랐기 때문에연준의 '출구전략'이 미치는 파급력이 제한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18일 기준 연 2.901%로 출구전략 우려가 번지기 전인5월 초(연 2.44%)와 비교해 0.46%포인트나 올랐다.



금융당국도 국내 채권시장에서 미국의 '출구전략' 우려가 선반영된 것으로 보고있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 투자가 8월부터 2조원 가량 빠져나갔고 7∼9월 대규모로들어왔던 주식 투자 자금도 11월에 매도세로 전환되면서 2조1천억원 빠진 상황이다.



◇ 원화 강세·엔화 약세 흐름에 '촉각'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안도하는 모습이지만 달러화와 엔화 환율 변동이 국내금융시장에 미칠 여파에 시장 참여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결정으로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서 달러·엔 환율은 이날오전 104엔선을 돌파했다.



달러·엔 환율은 한국 시간으로 오전 6시 43분 현재 104.32엔으로 전날보다 1.35엔 급등했다. 엔화의 달러 대비 가치가 1.292% 급락한 것이다.



달러 대비 세계 주요 통화 가치 또한 급락했다.



유로화 가치는 유로당 1.3691달러로 0.0060달러, 0.439% 내렸다.



스위스프랑화 환율은 달러당 0.8938스위스프랑으로 0.0051스위스프랑 상승했다.



영국 파운드화 가치만은 파운드당 1.6401달러로 0.0041달러, 0.253% 올랐다.



엔화 약세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한국 금융시장에 가장 큰 위험 요소다. 엔화 약세로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져 수출 회복이 지연되면 양적완화축소는 국내 경기에 부정적 요소가 될 수 있다.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 통화 가치가 떨어져 아시아 경기가 전반적으로 나빠지는 것 또한 국내 수출 개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소다.



지난 8월 양적완화 축소 전망에 따른 자본 유출 직격탄을 맞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태국 바트화, 말레이시아 링깃화 등 신흥국들의 통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급락세를 보인 바 있다.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