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발행된 외화표시채권 '김치본드'의 만기 도래 물량이 내년에 대거 집중돼 김치본드의 발행이 활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와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 김치본드의규모는 달러표시채권 기준으로 55억5천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만기 도래 규모(47억3천만 달러)보다 약 17% 증가한 것이며, 전체 잔존만기 가운데 약 69%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내년에 김치본드 만기 도래 물량이 집중된 이유는 지난 2011년 국내 기업들이 3년 만기의 김치본드를 대규모로 발행했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은행이 국내 기업들의 신규 외환대출을 규제하면서 기업들은 우회적으로 달러 자금을 마련하고자 김치본드를 적극적으로 발행한 것이다.
김치본드 만기 도래 물량이 몰렸다는 것은 이에 대한 차환 발행 수요가 그만큼많음을 뜻한다.
임정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만기 물량이 증가한다는 점에서 내년에 김치본드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며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서둘러 채권을 발행하려는 수요가 내년 상반기에 집중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발행하는 외화표시채권(KP)의 만기 도래 물량 역시 내년에 몰렸다는 점도 김치본드의 발행 수요를 증가시킬 수 있다.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달러표시 KP 규모는 약 202억달러 수준으로 올해보다 40억 달러가량 늘어난다.
KP와 김치본드 모두 달러 자금을 마련하는 수단이지만 KP는 국외에서 발행되기때문에 한국의 대외부채로 잡힌다.
반면 김치본드는 국내에 있는 달러를 조달하기 때문에 국내 시장의 달러 유동성을 흡수하는 측면이 있다.
최근 정부가 대외부채를 신경 쓰고 있는 만큼 공기업이 내년에 만기가 도래하는KP 물량을 김치본드 발행을 통해 해결할 가능성이 크다.
김치본드의 발행 여건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지난 6월 100bp(1bp=0.01%포인트)를 넘어섰던 한국의 국채 신용부도스와프(CDS)프리미엄은 한국 경제의 견조한 펀더멘털을 반영해 최근 50bp수준까지 떨어졌다.
비록 내년 경기 회복과 미국 양적완화 출구전략 시행으로 금리가 추세적으로 상승하겠지만, CDS 프리미엄이 하향 안정화되면서 발행금리를 낮추는 효과가 발생해김치본드를 발행하는 기업에는 유리하다.
다만 김치본드 발행 시장이 활성화된다고 해도 수혜를 보는 기업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김치본드 시장은 우량등급 기업과 공기업 중심의 '그들만의 리그' 성격이 강하다"면서 "김치본드 시장이 살아나더라도 신용등급이 낮은 국내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ykba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