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일본 경제를 뒤흔든 아베노믹스를놓고 국내 전문가들은 단기적 효과는 인정하면서도 중장기적 성공 전망에 대해서는대체로 의문을 나타냈다.
그간 대규모 금융완화와 엔저로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날 조짐이고 기업 수익성과주가도 호조지만, 기업의 이익 증가가 임금 상승과 가계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는 분석에서다.
막대한 정부 부채와 소비세 인상을 둘러싼 우려도 이런 관측의 배경이 됐다.
전문가들은 엔저로 인한 우리 기업의 수출 피해가 당장은 크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부정적 영향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일본은 물가 상승률이 1%대로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기 시작하고 증시 등 자산과 기업 이익도 개선되는 등 경기 회복 측면에서는 성공했다.
금융 완화, 재정 확대, 성장 전략 등 아베노믹스의 세 가지 구성 요소에서 앞의두 가지는 일단 성공했다고 본다.
이제는 성장 전략이 얼마나 성과를 내는지가 초점이다.
기업 이익은 늘었고 임금은 하락세를 멈췄으나 상승으로 전환하지는 않았다. 이제부터는 실제로 국민의 임금이 오르고 소비가 증가하는 사이클로 가야 한다.
엔화 환율은 달러당 105엔 이상으로 치솟기 어려워 엔저로 인한 한국 경제 피해도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
일본 제조업도 해외로 많이 나갔기 때문에 엔저가 일본의 수출량 증가로 직결되지는 않고 있다.
다만 일본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늘리기 시작했고 특히 차세대 상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앞으로 양국 수출 경쟁력이 역전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경제에 부정적일 수 있다.
◇ 명진호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 당초 엔화를 풀면서 자산 효과에 따른 주가 상승, 국내총생산(GDP) 성장을 기대했으나 3분기부터 GDP 증가율이 저조하다.
기업의 수익 개선이 고용이나 투자로 이어지느냐가 문제지만 엔화 표시 수출 금액은 늘어나도 물량은 시원하게 증가하지 않고 있다.
고용도 개선됐지만 급여 인상은 나타나지 않았고 소비세 인상도 내년 2분기 이후 경기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소비세 인상이라는 위험요소를 감안하면 통화 완화를 축소하지는 않을 것이므로엔저도 지속할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아직 수출에 크게 영향을 받는 상태는 아니지만 한일 간 경합도가 커서 원고·엔저가 계속 진행되면 기업 타격이 불가피하다.
일본 기업들이 엔저 때문에 대기업 중심으로 이익은 엄청나게 늘어났는데 이를어떻게 활용할지를 봐야 한다.
◇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우선 엔화가 많이 절하되면서 기업 수익성이 제고되고 주가가 많이 상승했다.
그게 일본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준 것 같고 결과적으로 성장률이 조금 올랐다.
하지만 물가와 임금이 같이 오르는 선순환 구조를 목표로 했으나 아직 정규 임금은 상승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물가가 올라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 재정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여전한 것 같다.
단기적으로는 내년 4월 소비세 인상을 전후해 일본 경제의 변동성이나 불안이커질 가능성이 있다.
일본 경제가 불안해지면 금융 면에서는 세계 투자자의 아시아 경제 전체에 대한시각이 부정적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실물 면에서도 아시아 공급망에 한국과 일본이 같이 속해 있어 아베노믹스가 어려워지면 공급망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물론 양국 기업 간 경쟁하는 부분이 많아 일본 경제가 잘 돼도 걱정이지만 안되는 게 더 큰 걱정거리다.
◇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원 아베노믹스가 단기적으로는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으나 고령화·내수 부진 등핵심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
게다가 국가부채 문제도 있어서 궁극적 성공 전망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지난 1년간 재정이 더 악화됐다. 소비세율 인상은 좋지만 규모가 얼마 안 돼서그것으로 될까 싶다.
기업 소득은 늘었으나 소득분배 구조가 가계보다 기업에 편향된 결과 실질 임금은 계속 하락하고 있다.
성장의 파이가 가계로 가야 내수가 살아나고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하나 지금까지는 그러지 못했다.
엔저와 관련해서는 사실 그 이전이 지나친 엔고, 한국 입장에서는 '횡재'에 가까웠다. 따라서 아직은 엔저가 우리 수출에 중대한 장애라고 볼 수 없다.
엔저가 더 심해지면 일본 입장에서 에너지 가격 문제 등 우려도 커지기 때문에엔저가 달러당 120엔대까지 진전되기는 쉽지 않다.
우리가 정부 정책까지 동원해서 엔저 대응에 나설 필요는 아직 없어 보인다.
◇ 김승현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 아베노믹스는 환율 측면에서는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최대 목표인 경쟁력 제고의 경우 환율 외의 부분에서는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다.
최근 세계 경제 분위기가 인위적인 통화가치 조정을 용인하지 않기 때문에 아베노믹스는 결국 다른 국가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엔저만 갖고는 한계가 있으며 내년 소비세 인상으로 성장이 저하할 가능성이 짙다.
따라서 체질 개선을 끌어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사태로 급등한 전력 비용을 낮춘다든지 일본 가계 급여를 확실히 인상한다든지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올해 하반기부터 아베노믹스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엔화 약세기조가 이어질 것이므로 일본 경제에 득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일본 통화당국이 추가 통화완화를 시사했다. 달러·엔 환율이 이제 110엔까지올라갈 수 있다는 의미다.
엔화 약세가 수출 증가-생산 증가-고용 증가로 이어져 실물 경기에 도움이 되는선순환 흐름을 보일 것이다.
다만 아베노믹스가 수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실패한다면 일본 경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고 정부부채를 고려하면 신용등급 강등도 가능하다.
자동차·철강 등 일본과 경합하는 산업은 앞으로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실 한국 경상수지 흑자가 커서 원화 강세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금리 인하 등에 의한 원화가치 절하보다는 기업의 환율 변동 충격을 완화해 주는 환변동 보험, 수출기업 지원 등 미시 조정이 적절한 대책이다.
◇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아베노믹스 효과는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봐야 한다. 돈을 많이 풀었으나 원하는만큼 성장도 나오지 않았고 물가 상승도 쉽지 않았다.
향후 또 다른 정책이 제시되지 않는 한 효과를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수많은 경제 정책을 폈으나 경제 흐름을 돌려놓지 못했다.
경제 구조 자체가 성장에 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본 경제가 어느 정도 잘 돼야 세계적 수요를 창출하는 만큼 우리에게도 유리하다. 따라서 아베노믹스의 실패는 한국 경제에도 좋지 않다.
특히 앞으로 일본이 양적완화를 멈추지 못하기 때문에 환율 문제가 심각해질 것이다.
달러·엔 환율이 120엔까지도 얼마든지 갈 수 있으므로 우리 기업의 경쟁력이점차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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