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들어 안정을 되찾는가 싶었던 국내회사채 시장의 미매각률이 석 달 만에 다시 치솟았다.
동양그룹 사태로 비우량 회사채의 수요 부진 현상이 악화됐고, 펀더멘털(기초여건)에 대한 우려와 금리 메리트 저하로 중견 건설사들의 회사채 발행 계획마저 줄줄이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와 NH농협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회사채 시장의 미매각률은 37.4%로 집계됐다.
전체 수요예측 금액 4조4천700억원 중에서 미매각액은 1조6천740억원이었다.
9월 미매각률이 재차 상승하면서 올여름 내내 지속했던 안정세는 깨졌다.
미국 양적완화 출구전략 우려를 본격적으로 촉발한 '버냉키 쇼크' 직후인 지난6월 미매각률은 72.2%까지 급등했지만, 이후 7월(26.5%)과 8월(19.3%)에는 금리 변동성이 작아지면서 20% 안팎에서 안정적 흐름을 보여왔다.
지난달에도 월초까지는 분위기가 양호했다.
삼천리[004690](AA+), CJ대한통운[000120](AA-), KCC[002380](AA), KT[030200](AAA) 등 월 초반에 수요예측을 실시한 우량 기업들은 수요예측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러나 이후 회사채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일단 건설사들이 줄줄이 수요예측에 실패하면서 미매각률을 키웠다.
대우건설[047040](미매각액 1천480억원), 두산건설[011160](1천억원), 롯데건설(2천900억원), 태영건설[009410](100억원), 동부건설[005960](500억원)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미매각이 발생했다.
정연홍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올해 초만 해도 국고채 금리가 워낙 크게 하락했고 이에 우량 등급 회사채의 금리도 낮아지면서 A등급 건설사 회사채의 금리 매력이상대적으로 부각됐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고채 금리의 상승으로 우량 등급 회사채의 금리도 높아졌으므로 투자자 입장에서는 금리 메리트도 어중간하고 업황도 아직 부진한 중견 건설사의 회사채에 투자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분석이다.
9월 말부터 본격화된 동양그룹 사태도 가뜩이나 저조한 비우량 회사채의 수요를악화시켰다.
이에 애초 65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려던 ㈜동양[001520]은 '자매 기업'인 오리온[001800] 그룹의 지원 거부 표명 등으로 발행 여건이 악화돼 회사채 발행을 포기했다.
한양(BBB+)도 2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목표로 지난달 23일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역시 실패했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취약업종 및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의시장수요가 부진했다"면서 "동양그룹이 일부 계열사에 대한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앞으로 비우량 회사채의 시장수요 위축 국면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ykba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