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동양사태 여파 투기등급 채권 소매판매 중단

입력 2013-10-01 04:04
신용등급 낮은 한계기업들 앞으로 자금난 심화 전망



동양그룹 3개사의 법정관리를 계기로 고금리를쫓아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의 회사채에 대한 개인들의 투자가 크게 위축될 전망이다.



이로 인해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이 개인투자자에 대한 회사채 소매 판매로 자금을 조달하던 방식이 사실상 사라질 것으로 보여 이들 기업의 자금난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형증권사들은 투자자 보호차원에서 신용등급이 BB이하인 투기등급 채권을 개인투자자에게 판매하는 소매 영업을 속속 중단하고 있다.



이런 종류의 채권은 등급이 낮아 보험 등 기관투자자들은 아예 투자가 금지돼있으며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시하기 때문에 투기성향이 높은 개인투자자 등이주로 매입하는 방식으로 매각돼왔다.



하지만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그룹이 고금리를 제시하며 발행한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주로 개인투자자들이 매입했다가 큰 손실을 보게 된 것을 계기로 앞으로는 이런 투기성 강한 투자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기관들은 등급이 낮은 채권은 살 수가 없고 대개 개인 고객들이 투자하는 데 이번 동양사태 이후 이들이 점차 보수적으로 갈 수밖에 없어 앞으로는 이런 소매판매 기반이 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투자자보호 차원에선 긍정적인 방향이지만, 제도권 금융회사나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는 낮은 신용등급의 기업 입장에선 그나마 남아있던 자금조달 창구가 사라지는 셈이어서 이들의 자금난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원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관투자가로부터 외면당하고 개인투자자들에게 의존하는 기업들은 개인투자자의 투자심리 위축으로 자금조달 창구가 위축되는 또 다른 위험에 놓이게 될 것"이라면서 "위축된 투자심리는 전체 리테일 채권의 발행에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채권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비우량 회사채의 신용 스프레드가 확대되고 이에 대한 투자심리도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량 등급과 비우량 등급 간 차별화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경록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더 한계로 몰릴 수 있다는 점은 맞지만 이를 금융당국이 해결해줄 수는 없고 시장원리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계기업들이 그동안 '평판 리스크'를 우려해 산업은행의 회사채 차환발행 제도를 기피했었지만 앞으로는 이를 통한 차환발행을 신청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최종원 연구원은 "앞으로 리테일을 통한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차환발행심사위원회를 이용할 가능성은 더욱 커졌으나 이는 스스로 자금을 조달할 여유가 없음을 드러내는 것이어서 긍정적인 영향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hoonkim@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