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매매와 원주전환 양대기로…대규모 손실은 불가피
상장폐지가 유력한 중국고섬 주식의 처리 방식을 놓고 투자자들이 고민에 빠졌다.
거래정지로 2년 반이나 발이 묶인 투자자들에게 정리매매와 원주 전환이라는 두가지 선택권이 주어졌지만 투자자금의 대규모 손실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3일 중국고섬 주식예탁증권(KDR)의 상장폐지 여부를 오는 13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중국고섬이 18일부터 싱가포르거래소에 상장된 원주의 매매거래를 재개한다고 공시한 데 따른 것이다.
폴리에스터 실과 원단을 제조·판매하는 중국기업 중국고섬은 유가증권시장 상장 2개월만인 2011년 3월 회계부실 의혹으로 거래가 정지되면서 '차이나 디스카운트'의 원흉으로 불려왔다.
중국고섬은 신규 투자자 유치를 조건으로 2년 반 만에 싱가포르 증시 상장폐지위기를 넘겼지만 2차 상장한 한국증시에선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게 된다.
지난 2010년 사업보고서 감사의견을 '거절'로 받아 발생한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중국고섬은 2010∼2012년 세 차례 연속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면서 "이번 심의에서 상장폐지 결정이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중국고섬 투자자들에겐 두 가지 선택권이 놓여 있다.
KDR의 상장폐지가 결정되면 정리매매 기간으로 예정된 오는 24일부터 내달 2일까지 주식을 팔 수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거래 재개 후 주가가 크게 내릴 가능성이 있지만 신주인수권(워런트)이 붙어 있기 때문에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싱가포르 원주의 주가 흐름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고섬은 투자자들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주주들에게 KDR 1주당 원주 10주에해당하는 워런트를 주기로 했다.
국내 증시에서 정리매매를 하지 않는다면 KDR을 원주로 바꿔 싱가포르 증시에서거래할 수 있다.
싱가포르 증시에서의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지만 KDR가격 5천원 이하는 1주당 30원, 1만원 이하는 30원의 전환 수수료를 내야 하는 등 각종 비용이 드는 것이단점이다. 증권사의 해외주식 거래 수수료도 0.3∼0.8%로 국내주식 수수료보다 훨씬높다.
중국고섬이 국내 증시에서 상장폐지돼도 원주 전환은 가능하다. 그러나 빠른 대응을 원하는 투자자들은 오는 10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원주 전환이 금지되는 점을주의해야 한다.
원주 전환에 최소 6영업일이 걸리기 때문에 주주명부가 폐쇄되기 직전인 9일까지 전환을 신청해야 이달 안에 싱가포르 거래소에서 주식을 매매할 수 있다.
중국고섬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한 주관사 대우증권은 일단 물량을 보유하겠다는입장이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확정된 방안은 없으나 정리매매 기간을 이용해 보유 물량을처분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주가가 안정될 때까지 보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이 들고 있는 831만주는 거래 정지 당시만 해도 582억원 상당으로 평가됐지만, 장부가액을 반영한 보유 규모는 현재 287억원으로 반 토막 난 상태다. 소액주주들의 피해 규모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수치다.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