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경제의 '성장엔진' 꺼지는 소리 들린다"중앙은행 환율 방어에 나서며 외환보유액 급감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요즘 밤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동남아시아 경제의 '성장엔진'인 인도네시아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내우외환에 휘청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밖으로는 양적완화 축소라는 거대한 태풍이 다가오고 있으며 안으로는 내수가둔화하고 수출이 감소하는 등 경제의 근본적 문제가 고름처럼 터지고 있다.
게다가 루피아화 환율이 4년 만에 최고로 치솟고 주가가 폭락하면서 포스트-브릭스(BRICs) 선두주자에서 신흥국 금융위기의 발원지로 눈총을 받고 있다.
유도요노 대통령은 21일 차팁 바스리 재무장관을 불렀다. 그는 바스리 장관에게중앙은행, 금융정책청, 예금보험청 등과 협의해 미국의 출구전략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도록 긴급 지시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 위기 상황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으로 촉발된 면이 많지만, 배경에는 인도네시아 경제의 성장동력인 외국인 직접투자, 수출, 내수호황 등이 동시에 둔화하는 근본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수년간 계속돼온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연평균 6% 이상의 성장을누려온 인도네시아가 이제 더는 나홀로 성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게 더욱 명확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기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갈린다. 증권사들은 목표주가를 낮추는 등 서둘러 대응에 나서면서도 기초여건이 과거 위기 때보다 훨씬 견실하다며 오히려 지나친 공포심을 경계하고 있다.
루피아화 환율 상승은 지난해부터 지속해 왔고 종합주가지수도 5월 하순 이후하락세를 보여왔기 때문에 현 위기 상황도 더 장기적인 흐름 속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루피아 환율(중앙은행 기준)은 20일 장중 한때 달러당 10,100을 돌파했다가 10,504에 마감했다. 올해 들어서만 8.6%가 상승했다.
종합주가지수는 급락과 반등을 거듭하며 요동치고 있다. 지난 16일 2.49% 하락으로 시작된 급락 장세는 19일 5.58% 폭락으로 정점을 찍었다.
20일에는 장중 5.8%까지 하락했으나 단기 낙폭 과대에 따른 내국인 투자자의 저가 매수세 유입으로 3.2% 떨어진 4,174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 5월 20일 기록한 올해 최고치 5,214보다 20%나 떨어진 것이다. 21일에도 등락을 거듭하는 가운데소폭 오름세를 보였다.
특히 거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19일과 20일 각각 1조8천억 루피아와 1조9천억 루피아의 순매도를 기록, 인도네시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런 우려는 지난 16일 2분기 경상수지 적자가 98억 달러로 GDP의 4.4%로 확대됐다는 발표로 더욱 커졌다. 1분기 경상수지 적자는 58억 달러(GDP 2.6%)였다.
경상수지 적자 확대는 인도네시아 수출 상품의 가격 하락과 주요 무역 상대국경기 둔화 등에 따른 수출 감소, 외국인 직접투자 증가세 둔화 등으로 예견됐었지만, GDP 4.4%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다.
특히 무역수지 적자는 6월 8억5천만 달러 기록하는 등 상반기에 33억8천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해 경상수지 적자 확대에 주요인이 됐다.
중앙은행이 외환시장에 지속적으로 개입하면서 외환보유액이 7월말 927억 달러로 준 것도 불안 요인이다. 이는 연초(1천128억 달러)보다 18%나 준 것이며 2010년10월(918억 달러) 이후 최저 수준이다.
정부가 재정적자 축소를 위해 지난 6월 단행한 정부 보조금 유가 인상은 가파른인플레이션을 가져왔다. 7월 소비자 물가는 8.6%나 치솟았다.
이런 불안 요소들은 경제성장률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1분기 6.02%를 기록한성장률은 2분기에는 5.81%로 3년 만에 처음으로 6%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 6% 성장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늘고 있다.
그동안 견실한 펀더멘털을 강조하며 시장의 동요를 막아온 인도네시아 정부의대응에도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다.
6월과 7월 환율 방어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중앙은행은 이달에는 성장을 강조하며 금리를 6.5%로 동결했다. 국영 연기금도 증시안정을 위해 국내 주식 매입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과잉반응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진혁 키움증권 인도네시아 대표는 "현 경기 우려는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며외국인 자금의 인출이 계속되는 등 단기간 내 안정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인도네시아 경제 규모 등을 고려할 때 1997년 같은 위기 상황이 재발할 우려는 크지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해루 수 바하나증권 애널리스트도 "인프라 및 소비자 부문 관련 주들은 위기를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성급하게 시장을 빠져나가면 좋은 주식을 잃을 수 있다"며"아기를 목욕물과 함께 버리지 마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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