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외환위기 직전 상황" vs "출구전략 공포심 과도" <※ 편집자주 = 신흥국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면서 1997년과 같은 외환위기가16년 만에 되풀이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인도, 인도네시아, 터키를 시작으로 주요 신흥국들의 주식, 통화, 채권 가치가 급락하고 있으며 부실한 경제 기초에도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연합뉴스는 아시아와 미주 신흥국들의 금융위기 가능성과경제 실태, 현장 분위기를 긴급 취재해 모두 11개 기사를 송고합니다.>
신흥국 시장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주식, 통화, 채권 가치가 동반 급락하는 '트리플 급락'이 벌어졌다.
먼저 세계의 시선이 몰린 곳은 인도다.
인도 루피화 가치는 연일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센섹스지수는 올해 들어 7% 가까이 빠졌으며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19일9.24%로 2008년 7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인도네시아도 자카르타종합지수가 19∼20일 이틀 만에 9%가량 빠졌고 루피아화도 달러화에 대해 4년 4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앞서 아시아를 넘어 미주 대륙의 브라질도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헤알화는 올해 16% 이상 폭락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에 이어 낙폭이 가장큰 통화다.
1년 전 9.9%였던 10년물 국채 금리는 20일 11.53%까지 뛰었다.
그 밖에 태국, 말레이시아, 멕시코,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여러 대륙에 걸쳐 신흥국들이 시장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런 시장 동요의 원인으로는 먼저 급격한 외국 자본 유출이 꼽히고 있다.
세계 각국이 초저금리 유지, 자산 직접 매입 등 금융완화 정책을 펼쳐 시중 유동성 공급이 풍부해진 덕에 신흥시장에는 현금이 몰려들었다.
그러나 미국이 조만간 출구전략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시장 금리가오르자 투자자들은 신흥시장에서 먼저 돈을 빼내기 시작했다.
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EPFR)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주식형 펀드에서는 6월부터 8월 14일까지 97억7천만 달러가, 신흥시장 채권형펀드에서는 189억1천만 달러가 빠져나갔다.
케빈 라이 다이와증권 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양적완화 자금이 아시아에서 거대한 신용 인플레이션 거품을 만들어냈다"며 "이 범죄는 이미 저질러졌고 우리는 후유증을 감당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신흥국들이 빚을 끌어다가 성장을 추진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돈을 쉽게 빌릴 수 있었을 때 생산성 향상, 사회기반시설 투자 등 경제구조 개혁에 나섰어야 했지만, 높은 경제성장률을 즐기며 부동산과 증시 거품만 양산했다는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의 혼란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악화하는 시장에 손을 쓸 수있을 만큼 경제 기초가 뒷받침되지 못한다는 점이 진짜 문제라는 지적이 뒤따르고있다.
인도의 지난 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적자 비율은 4.8%로 기록적인 수준이었다.
브라질 역시 6월까지 1년간 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가 3.2%로 2012년의 2.3%에서 크게 늘었으며 인도네시아도 2분기 이 비율이 4.4%로 전분기 2.4%에서 급등했다.
경제학자들은 흔히 이 비율이 3%를 넘으면 위험 수준으로 보며 5%가 되면 위기에 도달했다고 여긴다.
경상수지 적자가 늘어나면 적자 보전을 위해 차입을 해야 하므로 외자 의존도가커지게 된다.
그러나 막대한 적자 폭이 유지되는 상태에서는 기존 채무의 연장이나 신규 차입이 어려워지고 이후 외환보유고에서 꺼내쓸 돈이 부족해지면 국가 살림이 파탄에 이를 수 있다.
위기 발생이 가능한 국가로 지목되는 신흥국들이 새로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을만큼 경제 성장 전망이 좋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선진국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고 신흥국이 수출하는 원자재의 최대 소비국인 중국 성장률이 둔화하고 있어 수출 전망이 좋지 않은데다, 부채가 늘어난 상황에금리가 오르면 소비도 위축할 수밖에 없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달 아시아 신흥국들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3%, 6.4%로 지난 4월보다 0.3%씩 하향 조정했으며 민간 금융기관들도 성장률예상치를 낮추고 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가 되풀이될 만큼 최악의 국면은 아니라는 진단도 계속되고 있다.
신흥국들의 외채가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질 당시보다 많지 않고 외환보유고도과거보다 늘어났으며 경제기초도 나아졌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1996년 말 GDP에 대한 총 외채 비율은 태국이 59.8%, 인도네시아는 56.4%였으나 현재는 40%와 29%로 하락했으며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 외채비율도 두 나라가 각각 123%, 181%에서 현재 35%, 46%로 낮아졌다.
실제로 인도 정부는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는 점 등을 들어 국제통화기금(IMF)구제금융 신청방안을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출구전략에 따른 신흥시장에서의 대규모 자본 유출도 곧 끝날 것이며 장기간 영향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신흥시장 투자 전문가인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 이머징마켓그룹 회장은 최근 CNBC에 "신흥국의 출구전략 공포는 과도하다"며 "신흥국으로 앞으로 더 많은 돈이 흘러들어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cherora@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