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손실·환율 문제로 기존 3위와 갈수록 격차
국민연금의 '세계 3위 연기금' 연내 진입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005930] 쇼크'와 채권금리 상승에 따른 평가손 등으로 올해 들어 기존 3위인 네덜란드 공적연금(ABP)과의 자산규모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국민연금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과 ABP의 자산 격차는 작년 말2조원에서 올해 3월 말 10조원, 6월 말 22조원으로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올해 들어 나타났던 글로벌 증시와의 디커플링 현상과 삼성전자의 주가 급락,미국의 양적완화(QE) 출구전략 선언 등으로 국민연금 수익률이 부진했던 탓이다.
국민연금 기금자산은 작년 말 392조원에서 3월 말 406조원으로 늘었다가 6월 말에는 403조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5∼6월 삼성전자 주가 폭락과 양적완화 출구전략 선언으로 인한 지수 급락, 채권 평가손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지분 7.19%(1천58만5천553주)를 보유하고 있는 2대주주로 삼성전자 주가가 6월 한 달간 153만8천원에서 134만2천원까지 12.7%나 떨어지면서 2조원이 넘는 평가손실을 봤다.
ABP 역시 양적완화 출구전략 쇼크를 비켜가진 못했지만 국민연금보다는 충격이덜한 모습이다. 유럽 경기회복 기대로 인한 유로화 강세도 한 팔을 거들고 있다.
ABP의 자산 규모는 작년 말 기준 2천810억 유로로 당시 환율을 적용했을 때 국민연금보다 2조원 가량 많은 394조원이었다.
하지만 ABP는 올해 3월 말에는 2천920억 유로(416조원)로 국민연금과의 격차를10조원으로 벌렸다. 6월 말에는 국민연금보다 22조원 많은 2천860억 유로(425조원)를 기록했다.
3월 말∼6월 말 사이 자산이 60억 유로(2.05%) 가량 줄었지만 유로당 원화 환율이 1,424.41원에서 1,486.82원으로 4.38%나 오른 탓이다.
올해 안에 국민연금이 ABP를 추월해 세계 3위 연기금에 진입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했던 전문가들의 전망을 무색하게 만든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경기둔화란 부담을 지고 있는 한국과 달리 유럽 경기가회복기미를 보이는 만큼 당분간 3위권 진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ABP와 달리 국민연금은 한창 성장기인 연기금인데다, 코스피가 14일 1,923을 기록하는 등 낙폭의 상당 부분을 회복한 점을 감안하면 격차가 더 이상 확대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hwangch@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