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인수 회사채 중 41%가 리테일 등급
올해 산업은행이 인수한 전체 회사채 중에서 BBB급 비우량 회사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년보다 크게 늘어났다.
채권업계는 산업은행의 비우량 회사채 인수 기준에 일관성이 부족해 시장에 혼란을 주고 향후 정부의 회사채 정상화 방안 시행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올해 들어 전날까지 인수한 회사채 규모는 총 9천7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서 BBB급 회사채에 대한 인수 규모는 3천700억원이었다.
산업은행이 올해 인수한 전체 회사채 중에서 절반에 가까운 41%가 기관이 투자하지 않아 주로 리테일 시장에서 판매되는 '리테일 등급'이었던 셈이다.
작년과 비교할 때 올해 산업은행의 BBB급 회사채 인수 규모는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산업은행이 인수한 전체 회사채 규모는 1조3천944억원이었고이 가운데 BBB급 회사채 비중은 15%(2천100억원)에 그쳤다.
최근 산업은행이 인수한 BBB급 회사채는 대부분 취약업종으로 분류되는 건설사회사채였다.
산업은행은 지난 1일 발행된 코오롱글로벌[003070](BBB) 회사채 500억원 어치를인수했고, 지난달에는 두산건설[011160](BBB+) 회사채를 500억원 규모로 사들였다.
앞서 지난 6월에도 산업은행은 동부건설[005960](BBB) 회사채 200억원 어치를인수했다.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의 지원 없이는 시장에서 제대로 유통되지 않을 비우량 회사채를 산업은행이 인수하는 것에 대해 투자 목적보다는 정책적 지원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산업은행의 이 같은 행보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시장에서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업계는 산업은행의 비우량 회사채 인수 기준이 모호해 회사채 시장에 혼란을 줄 수 있고, 나아가 앞으로 시행될 정부의 회사채 정상화 방안에도 부담이 될 수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임정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정부의 회사채 신속인수제 신청 기업은주채권은행과 엄격한 여신거래특별약정(MOU)을 맺어야 하는데 현재 산업은행은 특정조건 없이 저등급 회사채를 인수하고 있어 앞뒤가 안 맞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다.
정대호 KB투자증권 연구원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비우량 회사채 인수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기업들이 굳이 정부의 지원 제도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차환발행이 가능하다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고 판단했다.
과도한 비우량 회사채 인수는 자칫 산업은행의 재정 부실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지적도 있다.
이종명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산업은행의 정책적 기능이 강화되면 해외 기관으로부터 산업은행의 자산 부실화 평가가 나올 수 있고, 이렇게 되면 해외에서의 자금조달 비용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산업금융채권(산금채) 발행 규모가 작년 동기 대비 눈에 띄게 증가했다는점도 산업은행의 재무건전성 우려에 무게를 싣는 요인이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산금채 발행 액수는 10조2천415억원으로, 작년 동기(4조7천110억원)보다 갑절 이상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임 연구원은 "(비우량 회사채 인수로) 산업은행이 재정적으로 부실해지면 국책은행인 만큼 정부가 지원에 나설텐데 이때 투입되는 공적자금은 결국 세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ykba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