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경영진 분리 추진에 재개 반발

입력 2013-06-14 17:25
집행임원제 의무 도입 등 상법 개정안 공청회



이사회의 감독 기능을 강화하는 상법 개정안을두고 재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14일 법무부 주최로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지배구조 상법 개정공청회'에서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국가가 특정한 형태의 지배구조를 강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법무부는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자산 2조원이 넘는 대기업에 집행임원제 도입을 강제하고 감사위원과 이사를 분리 선출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재계가 가장 문제 삼는 부분은 집행임원제의 의무 도입이다. 이 제도 아래서 이사회는 의사결정과 감독기능만 갖고, 집행은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등의 집행임원이 하게 된다.



현행법상 이사회는 의사결정·집행·감독 기능을 모두 독점하고 있는데, 이를분리하라는 취지다.



이에 대해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복잡한 경제 환경 속에서 기업의 업무집행과 의사결정은 경영 효율성 측면에서 필요하다"며 "성급하게 의무화하는 것보다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행임원제는 2006년 법무부가 도입을 추진했을 때부터 재계가 지속적으로 반발해온 제도다. 지난해 상법 개정 때 가까스로 도입됐지만 집행임원 선임을 자율로 맡겼기 때문에 기업들이 거의 활용하지 않았다.



개정 상법 하에선 최대주주 권한이 지금보다 약해진다는 점도 문제라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최대주주가 CEO를 선임·해임하려고 하는 경우, 지금은 주주총회를 소집해 의결권을 행사하면 되지만 이젠 이사회를 통해야 한다.



또 감사위원회 위원을 맡을 이사는 선임 단계부터 다른 이사와 분리 선출하고이때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한다.



학계는 이번 상법 개정안을 환영하고 있다.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실장은 "한국에서는 최대주주나 재벌 오너가 이사회를 지배하고 결정을 주도하고 있다"며 "이사회 기능 가운데 업무 기능을 분리해야 견제와 균형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대 교수도 "감사위원회 선임·해임의 합리화는 많은 비판을받아온 사외이사 제도를 정상화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며 "소액주주 권한을강화하는 효과적 방법이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집행임원이 이사를 겸직할 수 있도록 한 점과 비상근 사내이사를 이사회의장으로 앉히는 '꼼수'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은 상법 개정안의 문제로 지적됐다.



법무부는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해 상법 개정안을 확정하고 후 하반기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