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절차 10일만에 '끝' 세금도 '면제'…외국기업에도 개방상장기업 1천개 넘어서고 시가총액 30배 가까이 늘어나
코넥스가 모델로 삼은 영국 대체투자시장(AIM·Alternative Investment Market)은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중소기업 전용 시장으로 꼽힌다.
AIM은 소규모 성장기업이나 상장 전 단계 기업을 위한 시장을 표방하며 불과 10일 만에 마무리되는 간단한 상장 절차와 세금 면제 등 강력한 유인책을 내걸었다.
개장 첫해인 1995년 121개였던 AIM 상장기업은 올해 4월 기준으로 1천88개로 늘었다.
이 기간 상장기업들의 시가총액은 23억8천240만 파운드(약 4조920억원)에서 620억6천270만파운드(약 106조5천860억원)으로 30배 가까이 성장했다.
◇ 외국기업에도 문호 개방…중국회사 진출 '러시' 영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큰 비중과 외국 기업에 대한 개방성은 AIM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은 요인으로 꼽힌다.
영국은 480여 만개 소규모 기업이 전체 민간부문의 생산과 고용을 각각 48.8%,59.1% 맡고 있어 AIM의 기능은 막중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이 위축돼 자금조달 통로로서 AIM의 역할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최근 AIM 활성화를 위해 은행 개인소득운용상품의 AIM 직접투자를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AIM은 외국기업에도 차별적 규제 없이 자국 기업과 같은 상장요건을 적용한다.
간소한 상장 절차 덕분에 외국 중소기업이 4~6주 정도면 시장에 이름을 올릴 수있다. 주식양도 규정이나 전자결제 의무를 이행하기 어려운 외국기업을 위해 영국지주회사 설립을 통한 등록도 지원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외국기업이 전체 상장사의 20.4%(222개사)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KADA 테크놀러지, 페어리폭스 등 중국기업들의 진출이 이어져 시장 활력소가 되고 있다.
주식중개업체 NSBO의 리처드 에이브럼스 대표는 "AIM은 규제가 적은데다 국제화이점이 커서 중국 등 신흥국 중소기업의 진출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 상장기업은 없고 아시아 회사로는 싱가포르 7곳, 홍콩 3곳, 말레이시아 1곳 등이 상장돼 있다.
업종 구성이 다양한 것도 AIM의 성공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AIM에는 정보기술(IT), 금융, 미디어, 제약, 부동산 등에 이르는 다양한 업종에서 시가총액 5천만 파운드(약 862억원) 이하의 중소기업들이 등록돼 있다.
다른 신시장과 비교해 IT업종 쏠림현상이 없어 IT 버블이 찾아온 2000년대 초반에도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 지정자문인 전문성·신뢰성이 핵심 성공비결 AIM의 성공 비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노매드(Nomad·Nominated Advisor)'로 불리는 지정자문인의 역할이다.
AIM은 까다로운 상장 요건을 요구하지 않는 대신 지정자문인 선임을 의무화하고있다. 증권사 등으로 구성된 지정자문인은 기업의 상장 적합 여부를 결정하며, 상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심사·감독하는 역할도 맡는다.
런던증권거래소(LSE)는 AIM 규정의 제정과 거래 감독 및 시장의 공정성 보호 등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역할이 제한된다.
작년 기준으로 AIM에서는 지정자문인 62개사, 주식거래 활성화를 위한 브로커 144개사가 활동하고 있다.
이인형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AIM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전문성과신뢰성을 기반으로 한 지정자문인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지정자문인들은 당장의 상장 수수료보다는 M&A 등을 통한 수익을 바라보고 장기적 안목으로 기업에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코넥스 지정자문인은 전부 증권사로 구성됐지만 영국 AIM의 경우 지정자문인은대형 투자은행(IB)이나 M&A 업무를 하는 증권사의 전유물이 아니다.
또 중대형보다는 소형 증권사 위주로 지정자문인 시장이 형성됐다. 대규모 거래를 맡기에 경험이 부족한 소형사들이 틈새시장을 공략한 결과다.
중소기업 비중이 큰 AIM의 특성상 인수·합병을 통한 졸업 과정은 일반화 돼 있다.
맨체스터에 있는 전자제조 기업 하스그로브는 지난해 1천530만 파운드의 기업매각이 성사돼 발행 주식 82%를 회수하는 등록 폐지 절차를 밟았다.
중국기업 기야테크놀로지는 IT 기업인 하버드인터내셔널을 2억2천900만 파운드에 인수, AIM에 상장하면서 유럽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AIM이 가장 성공한 중소기업 주식거래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주시장인 LSE의 11%밖에 되지 않는 유동성은 주된 문제로 지적된다.
AIM은 코넥스와는 달리 개인 투자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그러나 투자자 대부분이 전문투자자로 구성돼 유동성이 낮은 편이다. 연초 이후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1억3천710만파운드(약 2천355억원) 수준이다.
최근 AIM은 상장사들의 하루평균 거래량과 유동성을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개인 투자자의 유입 증가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thkim@yna.co.kr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