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 보이면 조선업 매출 80% 환위험 노출
최근 환율 변동성이 확대돼 한국 경제에 위험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엔화 약세와 원화 강세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환율 급변에 따른 불확실성 증가는 특히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에 부담이 되고 있다. 외화 매출이 많아 그만큼 환율 변동 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28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원화 강세시 조선 업종 매출의 80.7%가 환율 변동위험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의 80% 이상이 환율 변동의 영향을 받는 구조라는 의미이다.
자동차는 이 비율이 51.0%, 반도체는 49.4%, 디스플레이는 49.2%였다. 그 외 기계((39.7%), 하드웨어(39.1%), 내구소비재(31.6%) 등으로 집계됐다.
이는 국내 제조업체 369곳의 수출 비중과 수입 중간재, 외화 순자산 등을 고려해 산출한 결과다. 외환 헤지는 가정하지 않았다.
조사 대상 기업 전체의 매출액 대비 환율 변동 위험노출액은 15.9%였다.
반면에 유틸리티는 이 비율이 -56.1%로 가장 낮았다. 에너지는 -34.8%였다.
매출액 대비 환율 변동 위험노출액이 마이너스(-)이면 원화가 약세로 갈수록 수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원화 약세로 수입 단가가 올라가기 때문에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업종에 불리하다.
유통(-18.5%), 통신서비스(-16.7%), 음식료(-16.1%), 생활용품(-12.4%) 등도 원화 약세로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업종으로 꼽혔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조선과 정보기술(IT) 기기, 반도체, 자동차 등 한국 주력 수출 업종이 대부분 환율 변동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라며 "환율 변동이 심하면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점에서 대응이 어렵고 수출기업은 물론 수입기업에도 부담이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원ㆍ달러 옵션의 내재변동성을 기준으로 한 원·달러 환율 변동성 지표는 이달들어 10개월 만에 다시 10%대로 상승했다. 변동성 10%는 연간 원ㆍ달러 환율 변동폭이 10%로 예상된다는 의미이다.
한국은행도 최근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올해 들어 다소 확대하고 있다"며"필요시 시장안정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율 변동에도 가격 전가를 전혀 하지 못할 경우 분석 대상 기업들의 세전이익률은 2.8%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이 가격 전가를 하지 못하면 환율변동으로 인한 매출 감소나 비용 증가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가격 전가로 이를 일정 부분 상쇄한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환율 변동 폭의 50%에 대한 가격 전가가 이뤄지면 세전이익률은 0.6%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원화 강세에 따른 국내 기업의 경쟁력 상실과 주가 하락 우려가 지나치다는 분석도 있다. 통념과 달리 원화 강세시 국내 주식시장이 강세였던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노근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 변동이 기업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거시 환경과 기업의 가격 전가 능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며 "원화 강세는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 향상을 반영해 나타났고 원화 강세기에 코스피가 하락한 경우도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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