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전문가 "견제 실효 의문…韓 반사이익 없을 것"
미국이 일본의 인위적 엔화 평가절하 정책에 제동을 걸면서 주요국들의 엔저 견제가 강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한국 증시가 받을 반사이익은 미미하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한 반기 환율보고서에서 "(일본은) 경쟁력 목적으로 통화 가치를 내리거나 환율을 움직여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일본이 경쟁 목적으로 엔화를 평가절하하지 못하도록 계속 압박하겠다"고강조했다.
이에 따라 오는 18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회의에선 환율 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이미 업계 일각에선 대대적인 금융완화 조치를 주도한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가 주요국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면서 달러당 100엔을 넘보던 엔·달러 환율은 하락반전했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5일 오전 11시 현재 달러당 98.48엔으로전 거래일보다 0.58엔 내려 2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그러나 증권가 전문가들은 엔저 충격을 우려해 한국을 떠나 일본으로 넘어간 외국인 자금이 이를 계기로 돌아올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KDB대우증권 한치환 연구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엔저 진행속도가 진정 국면에 도달한 상황에서 견제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면서 "호재도 악재도 아닌 '중립'으로 보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특히 "만약 선진국 증시에서 신흥국 증시로의 자금 흐름이 나타난다고 해도 한국으로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신증권 오승훈 연구원도 "엔저 진행이 일단 저지될 수는 있겠지만 엔저 기조자체가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 연구원은 "일본이 한국을 따라잡는 구도 자체가 바뀌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투자자들이 바로 액션을 취할 가능성은 작다"면서 "상반기 동안에는 일본에 대한 기대감이 계속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등이 일본의 엔저 정책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를 견제할명분이 없다는 지적도 있었다.
아이엠투자증권 강현기 연구원은 "양적완화의 대표적 케이스가 미국인 상황에서일본의 통화 약세를 지적하기는 까다롭지 않겠느냐"면서 "모순된 발언인 만큼 미국주도의 국제사회 공론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 역시 대규모 양적완화를 했던 입장인 만큼 모순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현재 달러당 100엔선을 이야기하지만 금융위기 전 엔ㆍ달러 환율은 120엔선에있었다"고 덧붙였다.
일부는 미국의 엔저 압박 움직임이 '내부 정치용'이라고 평가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근 미국 제조업체들이 엔저로 인해 자국 제조업이위축된다고 정치권에 일종의 로비를 편 결과"라며 "미국 정치권 입장에선 업계의 반발을 누그러뜨릴 립서비스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15∼1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 회의에선 시장의 예상과 달리 엔저에 대한 명시적 비난이 나오지 않으면서 엔화가치가 달러당 96엔대까지 급락한 바 있다.
hwangch@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