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산층의 절반 이상이 주택대출 원금 상환과 자녀 사교육비 때문에 가계 재정이 적자 상태라는 분석이 나왔다.
국제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14일 '제2차 한국보고서 신성장공식'에서 "한국 중산층은 고가의 주택 구입 대출금을 상환하는 데 매달 막대한 돈을 지출하고 있고 전세계 어느 국가보다도 많은 사교육비를 내고 있다"며 "그 결과 지난 20년간 한국 중산층 가구의 재무상황이 극도로 악화했다"고 지적했다.
맥킨지는 "매달 수입을 초과하는 지출로 적자를 내고 있는 한국 중산층 가구 비율이 20년 사이 15%에서 25%로 많아졌다"며 "월별 지출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주택담보대출 원금 상환액까지 반영하면 현재 한국 중산층 가구의 55%가 적자 상태"라고분석했다.
이번 보고서에서 맥킨지는 한국 중산층이 현재 직면하고 있는 재무 스트레스의근원을 파악하고 이들의 재정난이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맥킨지가 한국 경제 전반을 분석한 보고서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이후 처음이다.
맥킨지는 먼저 주택 가격을 통제하고 은행 부실을 방지하고자 마련된 엄격한 담보대출인정비율(LTV)이 오히려 주택 융자비용을 늘리는 원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제 1금융권 은행에서 조달 가능한 주택담보대출금이 평균 주택 가격의50% 정도에 그치기 때문에 젊은 가구가 집을 장만할 때 제2금융권과 사금융기관에의존하게 된다"며 "이 때문에 한국 가구의 소득 대비 대출 상환 비용은 미국 가구평균의 두 배가 넘는다"고 말했다.
맥킨지는 또 "한국인은 고등교육의 가치를 너무 높게 평가한 탓에 자녀의 명문대 입학을 위한 학원비와 과외비를 아끼지 않는다"며 "이는 결국 재무 스트레스 증가, 가구 규모 감소, 출산율 하락을 부추긴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한국의 서비스 부문과 중소기업 영역이 취약한 것도 고용 축소와 가계소득 감소로 이어졌다고 봤다.
한국 서비스 산업이 대부분 상점, 운송, 요식업 등 자영업 형태의 저부가가치업종으로 구성돼 서비스 부문 생산성이 제조업 생산성의 40% 수준에 그치고, 직원당부가가치도 미국ㆍ영국ㆍ독일보다 30∼57% 저조하다고 분석했다.
노동시장 참여 형태와 가족 구성의 허점도 짚었다.
맥킨지는 "현재 한국의 실업률은 3.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수준이지만 불완전취업자, 등록금 마련을 위한 휴학자, 비자발적 시간제 근로자 등을 포함하면 그 수치는 훨씬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출산 후 직장 복귀가 어려운 탓에 30∼39세 여성 노동참여율이 낮은 점, 한국기업이 요구하는 근로 시간이 맞벌이 부부가 동시에 일하기에 어려운 점 등은 중산층의 재무 부담을 높이고 출산율을 떨어뜨려 부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맥킨지는 한국이 이런 부담을 털고 지속가능한 성장의 길에 접어들기 위한 방법으로 ▲장기ㆍ확정금리 주택담보대출로의 전환 ▲ LTV 규제 완화 ▲ 고등교육에 대한 근본적 인식 전환 캠페인 ▲ 고등학생에 대한 직업교육 활성화 ▲ 보건의료, 사회복지, 금융, 관광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 지원 ▲ 중소기업 부문 활성화 ▲여성의 노동참여 확대 등을 제시했다.
hye1@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