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진이 동일본을 강타한 지 2년이 지났다. 아직도 곳곳이 폐허로 남아 있지만 2년 사이 일본 경제는 어느 정도 치유된모습이다.
일본 대지진 전후 엔화 가치가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한국 수출기업은 다소반사이익을 봤다.
그러나 엔화 약세 기조와 경기 부양을 천명한 새 정부의 등장으로 일본은 최근경기 회복 엔진을 강하게 가동했다.
엔화 약세와 수요 침체의 쌍벽에 부딪힌 한국은 다시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아베노믹스 효과'…韓日 부도위험 재역전 11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6일 일본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62bp(1bp=0.01%포인트)로 한국의 64bp보다 2bp 낮았다.
일본의 CDS 프리미엄이 다시 한국의 CDS 프리미엄보다 낮아진 것은 작년 10월 12일 이후 약 5개월 만에 처음이다.
CDS 프리미엄은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가 부도났을 때 손실을 보상해주는파생상품인 CDS에 붙는 일종의 가산금리다. 이 수치가 내린다는 것은 발행 주체의부도 위험이 그만큼 낮아진다는 뜻이다.
일본의 CDS 프리미엄은 2011년 10월 4일 155bp까지 치솟았지만 그 후 서서히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동일본 대지진은 일본 경제와 역사에 씻기 어려운 상처를 남겼다.
일본 정부 추산에 따르면 지진으로 1만9천여명이 숨지거나 실종됐고 재산 피해는 17조4천억엔(약 119조8천억원)에 이른다.
대지진 이후 엔화 가치는 고공행진했다. 대형 재해 이후 통화 가치는 떨어지는것이 일반적이지만, 금융위기 이후 엔화가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여겨져 엔화 수요가 오히려 증가했기 때문이다.
달러당 80∼90엔을 오가던 엔ㆍ달러 환율은 달러당 76엔까지 떨어졌고 일본의수출기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본의 산업과 경제 부문은 이전의 안정성을 대부분 회복한것으로 보인다.
특히 작년 말 '무제한 양적 완화'와 2% 인플레이션을 기치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가 들어서면서 엔화는 다시 가파른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작년 12월 달러당 83엔에 머물렀던 엔ㆍ달러 환율은 최근 달러당 94엔까지 올라왔다.
2011년 11월 8,160대까지 추락한 닛케이평균주가는 지난 8일 12,283.62로 상승해 대지진 이전 수준도 뛰어넘었다.
일본의 작년 10∼12월 국내총생산(GDP)도 3개 분기 만에 성장세로 돌아섰다.
일본 내각부가 연율(분기별 기준으로 본 통계치를 1년 기준으로 고치는 것)로환산한 작년 4분기 일본의 실질 GDP성장률은 0.2%였다.
정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아베 정권의 적극적인 양적 완화 정책으로 일본 경제의 심리가 좋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경기가 최근 회복하고 있기때문에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일본 경제가 함께 빠르게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20년간 디플레이션과 저성장을 지속해 온 일본 경제가 빠른 성장세로 돌아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1월 일본의 무역적자 규모는 1조6천294억엔으로 비교가 가능한 1979년 1월이래 최대치로 집계됐다. 적자는 작년 7월부터 7개월간 이어졌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엔화 약세가 일본의 대외 경쟁력은 향상시켰지만 내수 기업은 아직도 소비 침체의 고충을 겪고 있어 우려가 높다"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 반사이익 기대 줄어…수출株 '암울' 일본의 경기 부진으로 한국은 그동안 반사이익을 누려 왔다.
한국의 2011년 전체 수출은 5천552억달러로 전년보다 19.0% 늘어나는 고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2011년 한국의 대(對)일본 수출은 2010년보다 40.8% 급증했다. 작년 대일본 수출은 2011년보다 2.2% 줄었지만 여전히 매우 높은 수준이다.
대지진 직후 나타난 엔고 현상에 한국 수출기업은 금융위기를 상대적으로 수월하게 극복했다.
일본과 경쟁하는 품목이 상당수 겹치는 상태에서 엔고는 한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높였다.
최근의 엔저 흐름과 일본의 경기 회복 신호가 반대로 한국 기업을 긴장시키는이유다.
일본 기업과 경쟁하는 대표 업종인 완성차 업종의 주가는 작년 말부터 크게 빠진 뒤 되돌아오지 않고 있다.
작년 9월 말 25만2천원을 나타낸 현대차[005380]는 이달 8일 15.3% 떨어진 21만3천500원으로 마감했고 기아차[000270]는 6만9천400원에서 5만3천300원으로 23.2%추락했다.
전반적인 소비 심리가 경직된 상황에서 원화 강세는 내수ㆍ수입 업체에도 큰 호재는 아니다.
이부형 연구위원은 "국내 소비가 심각하게 위축돼 있기 때문에 원화 강세로 인한 수입 가격 하락이 내수 기업의 수익 증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며 "현재 상황은 수출과 수입 기업 모두에 부정적이다"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 재건이 한국 기업에 악재로만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두 경제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동시에 서로 수출입의 상당 부분을 의지하고있기 때문이다.
김지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소비시장 규모는 중국 소비시장보다도 20%이상 크기 때문에 일본의 내수 회복이 가시화하면 시장 확대라는 측면에서 국내 기업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을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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