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제민주화' 바람에 힘입어 기업들에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사회적 책임을 올해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기로 했지만국내 기업 전반의 사회책임경영은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중견기업의 사회책임경영 점수는 100점 만점 중 20점대에 그쳤고 대기업이 40점대로 그나마 양호했다.
대기업도 지역경제 발전, 사회적 책임 촉진, 직장 내 기본권 분야에서는 특히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 韓 기업, 지역사회·협력사와 '상생법' 배워야 6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 710개사를 대상으로작년 사회책임경영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체 평점은 100점 만점 중 31.60점에 그쳤다.
대기업 점수가 40.89점으로 상대적으로 높았고 중견기업은 27.59점, 중소기업은20.92점을 받았다.
평가 대상 기업 중 대기업 집단에 속한 회사는 202개사이고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이 각각 391개사, 117개사다.
4개로 나뉜 평가 항목별로 보면, 국내 기업은 지역사회(24.13점) 분야에서 가장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지역사회와 얼마나 소통했는지, 지역사회에 참여했거나공헌했는지를 평가하는 항목이다.
지역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지역 공급자를 우선 배려하는 기업은 15개사(2.11%)에 그쳤으며 지역 주민을 우선 채용하는 기업도 36개사(5.07%)에 머물렀다.
대기업은 세부항목 중 '지역경제 발전'에서 8.25점을 받았으며 중소기업 점수는0점이었다.
한국 기업들은 하도급업체 등 협력사와 얼마나 공존했는지를 평가하는 '협력사및 경쟁사' 분야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협력사에 대한 공정거래 방침을 수립했는지, 협력사와의 거래에서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내부 원칙을 수립했는지 등을 따져 점수를 내는 항목이다.
'협력사 및 경쟁사' 분야에서는 대기업(46.10점)과 중견(19.41점)·중소기업(10.20점)의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중소기업은 동반성장이나 부패방지 정책을 직접 수립하기보다는 대기업 정책의수혜를 받는 처지이기 때문에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윤진수 연구원은 "중소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준을 높이려면대기업들이 2·3차 협력사에까지 더 적극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한국 기업들은 소비자에 대한 공정거래·개인정보 보호 수준을 평가하는 '소비자' 분야에서 33.33점을 받았다.
근로조건·노사관계 등을 평가하는 '노동자' 분야에서는 가장 높은 점수인 36.32점을 얻었다.
◇ 대기업, '소비자' 관련 항목 줄줄이 30점대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은 경영 여건이 취약한 중견·중소기업보다 사회책임경영에 있어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대기업도 ▲협력사 및 경쟁사(46.10점) ▲소비자(38.26점) ▲근로자(36.
32점) ▲지역사회(32.52점)로 이뤄진 평가 분야 중 50점을 넘긴 항목이 단 하나도없다.
대기업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세부 평가 항목은 '지역경제 발전'(8.25점)이었다.
'지역사회 참여 및 공헌'(41.09점)에서는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사회공헌활동을 전담할 부서나 인력을 운용하는 대기업 계열사는 39개사(19.3%)에 머물렀다.
두 번째로 낮은 점수를 받은 항목은 '협력사의 사회적 책임 촉진'(22.12점)이다. 대기업이 협력사를 선정할 때 윤리경영 수준을 고려하는지, 협력사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항목이다.
'직장 내 기본권'(31.18점)도 대기업이 개선해야 할 항목으로 꼽혔다.
전체 평가대상 기업 중 인권교육을 하는 곳은 21개사(2.96%)에 불과했으며 장애인 고용 비율을 공개하는 곳은 83개사(11.69%)에 그쳤다.
대기업이 '소비자 개인정보 보호'(30.05점), '소비자에 대한 공정거래'(32.81점), '소비자와의 소통'(34.24점) 등 소비자 부문 평가에서 줄줄이 30점대에 머무른점도 주목할 만하다.
KT[030200], SK커뮤니케이션즈[066270], 코웨이[021240] 등 대기업의 개인정보유출사고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 유가증권시장 평가대상 기업 중 전 직원에게 소비자정보보호 교육을 시행하는 기업은 25개사(3.5%)인 것으로 조사됐다.
윤진수 연구위원은 "작년 평가 결과가 2011년보다 전반적으로 개선됐다"면서도"일부 기업들이 아직도 사회책임경영을 이미지 제고나 홍보 수단으로만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책임경영을 적극적으로 기업 경영 정책이나 전략에 반영하는 등 최고경영자(CEO)들이 관점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hopark@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