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탈리아발(發) 악재가 전 세계 금융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우자 국내 채권시장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올해 들어 주요국 경제지표를 통해 글로벌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위험자산에 돈이 몰렸지만 최근 이탈리아 총선과 미국 시퀘스터(Sequesterㆍ대규모 예산자동삭감) 리스크가 불거지자 다시 한 번 안전자산 선호가 부상한 것이다.
이런 강세가 얼마나 지속할지에 대해서는 채권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현재 금리수준이 워낙 낮은 탓에 되돌림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은 적지 않다.
◇채권시장, 美ㆍ伊리스크 '반사이익' 초강세 28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국고채 금리는 장단기물을 가리지 않고모두 전일 대비 하락하며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2%포인트, 5년물은 0.03%포인트, 10년물은 0.05%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장기물인 20년물 금리도 0.03%포인트 내렸고, 30년물도 0.04%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국고채 3년물 금리의 경우 지난 6일부터 전날까지 15거래일 연속 기준금리(연 2.75%)를 밑돌며 강세를 띠고 있다. 전날에는 국고채 5년물마저 연 2.73%을 나타내며 기준금리를 하회했다.
채권 전문가들은 최근 불거진 대외적 악재가 경기회복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를짓누르며 채권시장에 강세재료로 작용했다고 분석한다.
KB투자증권 이재승 수석연구원은 "국내경기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양호한 상황임에도 대외변수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경제지표의 긍정적 영향력이 희석됐다"고진단했다.
현재로서는 임박한 미 시퀘스터 발동 여부가 위험자산 선호심리를 짓누르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또 이탈리아가 연정 구성에 성공할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재정개혁 지연에 대한 우려와 불확실성이 수개월간 위험자산 시장의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이 수석연구원은 분석했다.
◇채권시장 강세 지속할까…"금리 되돌림 상승 불가피" 대외적 상황이 국내 채권시장에 호재로 작용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의 강세가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동양증권 이재형 연구원은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누적 순매수와 금리 수준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태여서 금리가 되돌림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며 국고채 10년물 금리의 단기상승 전망치로 연 3%를 제시했다.
국내 채권시장에 훈풍을 불어넣은 미국과 이탈리아 리스크가 점차 완화하고 있다는 점도 안전자산인 채권시장에는 반갑지 않은 재료다.
전날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양적완화를 지속할 뜻을 재차 확인하고 이탈리아도 정정불안을 딛고 발행 목표액인 65억 유로 규모의 국채 매각에 성공하면서 지난밤 뉴욕, 유럽 증시는 상승했다.
이날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도 오전 10시 48분 현재 전 거래일보다 20.60포인트(1.03%) 상승한 2,024.64를 나타냈다.
KB투자증권 이 수석연구원은 "국내 채권시장은 금리 레벨에 대한 부담과 대외강세요인의 완화로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반면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국내 채권시장이 당분간 강세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원은 "국내 시장에서 환차익을 기대하는 외국인 매수 강도가 더욱 강해지고 있다"면서 "만일 향후 원·달러 환율이 급격히 내려가 추가적 원화강세 기대감을 훼손하지 않는다면 이런 순매수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가 지속하면 국내 투자자들도 이런 분위기에 동조할것"이라며 "금리 레벨부담에 따른 되돌림 상승 압력은 불가피하지만 금리 상승폭은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ykba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