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정권發 '2차 엔저' 가능성…수출株 충격 오나>

입력 2013-02-11 06:21
엔ㆍ달러 환율의 100엔대 진입이 가시권안으로 들어오면서 국내 수출 기업과 주식시장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일본의 통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 국내 수출경기가 얼어붙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외국인이 우리 증시를 외면하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수출주 비중이 큰 국내 주식시장에서 엔화 약세가 또다시 가장 큰 불안 요인으로 떠올랐다.



◇ 예상보다 가파른 엔화 약세… ƈ차 엔저' 오나 이달 들어 엔화 약세가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ƈ차 엔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해외 투자은행(IB) 60곳 중 11곳이 올해 말 엔ㆍ달러 환율이 100엔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크레디트 스위스가 105엔으로 전망치가 가장 높았고 모건스탠리, 맥쿼리도 100엔을 예상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올해 엔ㆍ달러 환율이 최대 90엔까지 뛸 것으로 예상한 IB들은 최근 전망치를 줄줄이 상향 조정했다.



엔화 약세 가속화에 불을 댕긴 것은 시라카와 마사아키(白川方明) 일본은행 총재의 조기 사임이다.



시라카와 총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무제한 양적완화 정책에 미약하지만 제동을 걸었던 인물이다.



지난 6일 시라카와 총재가 사임을 발표하자 엔ㆍ달러 환율은 장 중 한때 94엔을넘어섰다. 2010년 5월 이후 2년 9개월 만이다.



일본 자민당 내각이 새로운 중앙은행 총재를 임명, 양적완화를 더 과감하게 추진할 것이라는 기대가 엔ㆍ달러 환율을 끌어올렸다.



국내 전문가들도 엔ㆍ달러 환율 예상치 조정에 나섰다. 올해 상반기 환율이 100엔 수준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대증권 이상재 연구원은 "상반기 엔ㆍ달러 환율이 95엔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며 "4월 일본은행 금융통화정책회에서 국채 조기 매입이 결정되면 전망치는 더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상반기 중 엔ㆍ달러 환율이 고점으로 예상한 95엔을 돌파해 100엔 수준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오는 15∼16일 열리는 G20 재무장관 회의, 7월 일본 참의원 선거도 엔화 약세의주요 변수로 꼽힌다.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미국, 유럽 등이 일본 정부의 엔화 약세 정책을 차단하지않는다면 엔ㆍ달러환율이 95엔에서 안착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7월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아베 정권이 '엔저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지 여부 또한 고려할 요인이다.



◇ 낮아진 수출株 실적 전망…경제성장률에도 '악재' 코스피는 엔ㆍ달러 환율 100엔이 현실화하면 또 한 번의 조정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국내 증시를 이끄는 수출주가 엔화 환율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산출하는 수출주 지수는 2월 들어 월평균 9,473을나타냈다. 지난해 2월 평균 11,595를 기록한 지수가 1년 만에 18.3% 하락한 것이다.



수출 기업 실적과 주가가 그만큼 휘청거리고 있다는 뜻이다.



수출주 지수는 이번 달 7일 기준으로 5주 연속 코스피 수익률을 하회했다. 삼성전자[005930], 현대차[005380] 등 수출 위주 기업이 이끄는 국내 증시에서 수출주가코스피 수익률을 장기간 밑돈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가 국내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낮추는 요인이되면서 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증권 임수균 연구원은 "올해 들어 국내 증시가 유독 부진한 모습을 보인 데에는 외국인 매도세, 상장사들의 4분기 실적 쇼크 등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환율에대한 우려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국내 수출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야 주가 상승을 주도할 수 있는데 원화 강세ㆍ엔화 약세로 수출주 실적 전망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시장은 코스피의 추가 하락을 우려하며 엔화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 박형중 거시경제팀장은 "한국의 주력 수출 대상국 경기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엔화 약세 영향력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박 팀장은 "한국의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 경제 성장세가 뚜렷하지 않다"며 "엔화 환율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을 만큼 수출 물량을 확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주의 낮아진 실적 전망은 한국 경제 전반에도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지난 8일 해외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망치를 3.1%로 하향 조정했다.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일본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들에 대한 세계 시장 선호도가 떨어졌다는 것을 전망치 하향의 이유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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