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0대 그룹 상장사의 생산액이 전체 상장사의 절반이 넘는 등 재벌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의 입지는 나날이 좁아지고 있다. 불공정과 불균형, 불합리의 '3불(不)'은 중소기업을 여전히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최근 경제 행보가 중소기업 육성에 방점을 찍고 있어실제 3불을 없애겠다는 공약의 실천이 경제구조 변화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재벌 대기업 경제력 쏠림 심화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재벌닷컴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제조업)상장사 1천345곳의 작년 1~3분기 매출액 909조3천억원 중 총수가 있는 10대 재벌 그룹 상장사 80곳의 매출액은 492조5천억원으로 전체의 54.2%에 달했다.
금융업체를 포함한 10대 재벌 95개 상장사의 시가총액도 지난 8일 기준 733조9천억원으로 전체 시가총액(1천267조5천억원)의 57.9%에 이르렀다. 이는 유로존 재정위기가 본격화하기 전인 2011년 8월 초(54.5%)보다 3.4%포인트 가량 늘어난 것이다.
경제위기 속에서 재벌 대기업들이 세력을 더욱 확장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된 데는 대기업의 경쟁력 뿐아니라 정부의 수출 위주 경제정책과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 일감 몰아주기를 비롯한 불공정 거래행위 등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몇년간 경제성장에서 수출 대기업의비중이 높았다"면서 "결국 우리 경제의 발전 방향이 수출 중심이었다는 것"이라고말했다.
자본시장연구원 이성복 연구위원은 "대기업의 골목상권 장악과 경제력 확장의이면에는 그만큼 좋은 품질과 앞선 경쟁력이 있었다"면서 "앞으로 대기업 쏠림 현상은 심화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또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도급단가를 지속적으로 깎는 등 협력단계에서 중소기업의 이윤을 적절히 인정하지 않은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경제력 집중에는 결국 중소기업의 희생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력 집중과 중소기업의 희생을 연관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백흥기 산업정책실장은 "삼성전자나 현대차[005380]는 국내에서먹고사는 기업이 아니다"라면서 "경제력 집중을 이야기할 때 중소기업의 이익을 가져다가 성장했다는 개념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中企 '손톱 밑 가시' 빼주면 상생할까 중소기업들 사이에서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 대기업 쏠림 현상이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은 상황이다.
당선인 시절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친기업)'를 선언했던 이명박 대통령이 수출 대기업 위주 경제정책을 편 것과 달리 박근혜 당선인은 초반부터중소기업 살리기를 강조하고 있다.
박 당선인은 지난 7일 "중소기업들의 손톱 밑 가시를 빼주는 것이 중요하다"며중소기업을 경제정책의 중심에 두겠다고 약속했다. 중소기업들이 겪는 실질적 어려움을 풀어주겠다는 의미다.
지난 50년간 이어진 수출 대기업 위주의 편향된 경제정책에서 벗어나 대기업-중소기업, 수출-내수 사이의 균형을 맞추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중소기업 사업영역을 보호하기 위한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의 법제화, 중소기업 가업상속세 인하 등의 도입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지 않고 혜택만을 주는 방식으로는 대기업 쏠림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한성대 무역학과 김상조 교수는 "대기업의 불공정행위를 막고 중소기업에 대한자금ㆍ인력ㆍ기술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빠진 것이 있다"면서 "중소기업이 자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쟁력을 잃은 채 정책 자금을 받아 연명하는 중소기업이 많은 만큼 철저한 구조조정을 통해 '불량기업'을 솎아낸 나머지를 집중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더욱 엄하게 처벌하는데 방점을 둔 전문가도 있었다.
제조업체들이 납품을 빌미로 하청업체의 기술과 인력을 빼가거나 납품 단가인하를 후려치는 행태를 근절하지 않고서는 중소기업의 건전한 성장은 요원하다는 판단때문이다.
참여연대 민생경제팀 백운광 간사는 "중소기업이 기술개발을 통해 원가를 낮추면 대기업이 바로 납품단가를 낮추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중소기업 지원책의 과실을 대기업이 가져갈 수밖에 없는 만큼 하도급 관계만 바로잡아도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성장률이 어느 정도 맞춰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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