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공약한 '무한 유동성 공급' 정책이 본격화하며 엔화 약세가 가속할 전망이다.
국내 수출기업과 증시에도 지속적인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신년사를 통해 금융완화를 통한 경기부양을 공언했으며 이를 위해12조엔(한화 약 145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이 중 5조~6조엔 가량은 도로와 터널 등에 투자할 공공사업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건전성보다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한 경기부양을 택한 셈이다.
증권가의 환율 전문가들은 소위 '아베노믹스'로 인한 엔화 약세가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KDB대우증권 서대일 연구원은 8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시장의 대체적인 분위기는 엔화 가치가 너무 빠르게 조정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정책 강도가 바뀐 점을 감안하면 올 연말까지 엔ㆍ달러 환율이 95엔까지 높아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아이엠투자증권 임노중 투자전략팀장도 "마이너스 성장과 디플레이션 등을 감안하면 엔 약세는 불가피하지만 진행 속도가 너무 빠르다"면서 "이런 급속한 진행은한국에 득이 될 것이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대로라면 올해 상반기 내에 원ㆍ달러 환율이 90엔선을 넘을 것이고 원ㆍ엔 환율은 1천200원선을 깨고 1천150원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직 외환시장에선 급격한 조정에 따른 엔화가치 '되돌림' 현상도 일부 나타나고 있지만 큰 효과는 없는 상황이다.
임 팀장은 "되돌림 현상 때문에 지난주 후반 88엔을 넘었던 엔ㆍ달러 환율이 현재 87.50엔 내외로 떨어졌지만 일본은행(BOJ)이 정책을 내놓기 시작하면 다시 오를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과 증시에 미칠 충격의 강도가 올해 글로벌 경기의 회복속도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서 연구원은 "자동차 등의 최근 조정 움직임은 엔저 현상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며 "일본과 경쟁 관계인 일부 수출업종의 실적과 주가 전망은 대체로 좋지 않을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에는 글로벌 경기 자체가 점차 좋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엔저 현상에 따른 악영향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 팀장은 "엔 약세의 부정적 영향이 가장 큰 업종은 자동차이고 IT와 철강 등도 영향을 받는다"면서 "이를 상쇄하려면 결국 글로벌 수요가 증가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hwangch@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