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감사에 낙하산 범람 이유는>

입력 2013-01-01 04:57
공공기관 '2인자'인 감사 자리에 정치권인사나 정부 부처 고위공무원을 임명하는 '낙하산' 인사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들어서만 공공기관 감사 자리 4곳이 청와대 비서관 출신으로 채워지자 '정권 말 자리 챙겨주기'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는 것은 전문성이 부족한 고위공무원이나정치인 출신에게 공공기관의 주요 자리를 '전리품'처럼 나눠주기 때문이다. 더욱이감사 본연의 기능인 견제와 감시 기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최근 "공기업과 공공기관에 전문성 없는 인사들을 낙하산으로 선임해 보내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언급했으나 뿌리 깊은 관행이 쉽게고쳐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도 강하다.



◇ 올 들어 청와대 출신 비서관 줄줄이 공공기관 감사로 1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현재 240개 공공기관에재직 중인 감사 250명 중 정치권 및 정부 공무원 출신이 47.2%(118명)를 차지한다.



공공기관 감사 2명 중 1명이 '낙하산 인사'로 분류되는 셈이다.



특히 대선이 치러진 지난 12월에 청와대 비서관 출신 4명이 공공기관 감사로 선임된 것이 눈에 띈다.



지난 12월 6일에는 유정권 전 청와대 경호처 군사관리관이 한국감정원 상임 감사위원에 임명됐고, 10일에는 박병옥 대통령실 서민정책비서관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감사로 갔다. 같은 날 유현국 전 대통령실 정보분석비서관도 코트라(KOTRA) 감사가 됐다.



이성환 전 청와대 홍보수석실 비서관은 12월 20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감사로 선임됐다.



청와대 출신 외에도 국회의원 보좌관 생활을 오래 했던 정용일씨, 행정안전부고위공무원 출신인 송귀근씨가 이달 들어 각각 한국시설안전공단, 대한지적공사 감사가 됐다.



이런 정치권·고위공무원 출신 감사 임명이 '정권 말 자리 챙겨주기'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는 이들이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는 것 때문이다.



유현국 코트라 감사는 군 출신이고, 박병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감사는 주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지구촌빈곤퇴치 시민네트워크 등 시민단체에서 활동해왔다.



올해 들어 선임된 공공기관 감사 111명 중 58명이 정치권·정부 부처 공무원 출신인데, 이들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청와대 경호처 안전교육장과 기획실장 출신이 각각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산업인력공단 감사로 갔고, 정보통신부 고위 공직자 출신이 전문 분야와 전혀 다른 에너지관리공단 감사로 선임되기도 했다.



정권 말 공공기관 감사 인사가 몰린 것은 2010년 말 임명된 감사들의 2년 임기가 끝나가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후 공공기관 기관장과 감사를 대거 교체했다. 보통 2년인임기가 두 차례 지나면서 올해 말 인사 수요가 집중된 것이다.



한국석유관리원,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공공기관 감사의 임기가이달이나 내년 1월에 끝나 정치권과 청와대 출신의 낙하산 인사들이 '막차'를 타는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연봉·권력 크고 책임은 적어…'숨겨진 신의 보직' 공공기관 감사가 '보은 인사' 자리로 주목받는 이유는 기관장보다 업무 부담이크지 않은 데다 세간의 주목도 덜 받기 때문이다.



책임이 무겁지 않지만 권한은 '2인자'라고 불릴 만큼 강하다. 감사가 하는 일이기관장을 견제하고 기관업무 전반을 감시하는 것이어서 누구도 쉽게 간섭하지 못한다.



보수도 기관장 못지않게 높다. 이달 들어 바뀐 9개 공공기관의 감사 연봉을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JDC가 1억3천491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한국감정원이 1억2천321만원으로 뒤를 이었고 코트라(1억2천162만원), 국립공원관리공단(1억1천710만원), 대한지적공사(1억850만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1억98만원) 등이다.



한 금융 공공기관 관계자는 "감사의 위상은 이사장과 거의 대등하다"며 "책임은이사장보다 덜하고 권한과 연봉은 막강하니 제일 편한 자리가 감사직이라고 한다"고전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두 차례 선임된 감사가 모두 청와대와 정부부처에서 내려온명백한 '낙하산 인사'였다"며 "실질적으로 감사 업무가 가능한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정치권이나 타 부처 공무원 출신 감사가 무조건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외부 인사가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내부의 굳어진 관행을 고치면투명성·효율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방송통신대 윤태범 교수(행정학)는 "감사는 공공기관의 투명성과 윤리성을 확보하는 복합적 역량이 필요한 자리"라며 "정치권에서 오더라도 이런 역량이 철저히 검증된 사람이면 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다만, 지금까지 선임된 낙하산 감사 중 제대로 된 역할을 한 인물이드물었다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 선임 제도는 문제없어…"청와대가 결단해야" 공기업 낙하산 인사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역대 정권에서도 비슷한 양상이있었다. 법이나 제도가 미비해 낙하산 감사가 나오는 게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중론이다.



지난 2007년 제정된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감사는 해당 공공기관이공모를 거쳐 3배수를 추천하고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검토를 거쳐 2배수를 추천한다. 이후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명하거나 장관 제청에 따라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다.



제도상 3차례의 절차를 거치게 되어 있지만 결국 '청와대의 선택'이 선임을 좌우하므로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감사들에게는 책임을 묻기도 어려워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다.



공공기관 상임감사의 경우 2008년부터 공공기관 경영평가에 상임감사의 업무추진 실적이 추가됐고, 매년 직무수행자격 평가도 받는다. 평가 결과는 상임감사의 성과급 지급과 인사 참고 자료로 활용되는 데 그치고 있다. 비상임감사는 평가에서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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