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CBS노컷뉴스 이기범 특파원]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을 준비하던 미국 정부가 외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가운데 시리아 화학무기에 대한 외교적 해결이 그리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1일(한국시각)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제안한 '시리아 화학무기 자진반납과 폐기'제안에 시리아와 그 동맹국인 러시아가 동의를 표시했으나 구체적인 부분에 들어가면 적지 않은 난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시리아 화학무기 포기'제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정하는 문제가 가장 크다. 케리 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나 제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협의할 계획인데, 미국은 '징벌적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러시아는 화학무기 포기와 폐기에 집중하자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미국은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지난 8월 21일 행한 화학무기 공격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러시아는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 공격을 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이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또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 포기 및 폐기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도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포함시킬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이에 반대할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러시아가 '화학무기폐기'제안에 합의한다면 제안의 구체적인 문안작성과 이행은 UN안전보장이사회가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문안 내용과 형식을 놓고 미국과 서방이 러시아와 중국 등과 대립할 가능성이 있다. 서방국가는 안보리 결의안을 선호하는 반면 러시아,중국은 '의장성명'으로 격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라졌다.
UN차원의 결의 내지 의장성명이 채택된다 하더라도 실제 시리아 화학무기를 사찰하고 폐기하는 과정은 가장 큰 난제이다. 일단 시리아에 사찰단이 들어가 화학무기 소재와 수량을 파악하고 이를 몇곳으로 집중해 보관한 뒤 폐기하는 절차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보유하고 있는 화학무기를 시리아 당국이 모두 빠짐없이 넘겨줄지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아사드 정권이 화학무기 저장고와 생산시설 등에 대한 무제한적인 접근을 사찰단에게 허용할지가 관건이다.
화학무기를 물리적으로 폐기하는 것은 막대한 예산과 긴 시간이 필요하다. 화학무기를 폐기하기 위해서는 소각로를 건설하고 만일의 오염 사고에 대비해야 해야 한다. 이 과정은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시리아는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의 화학무기 보유국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경우 냉전기간 3만 1천여톤 가량의 화학무기를 생산해 보관해오다 지난 1997년 이를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수십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계획은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사찰단의 안전보장이다. 물론 시리아 정부와 반군측이 사찰단의 안전을 보장하겠지만 2년 이상의 내전이 지속되고 있는 시리아 상황으로 미뤄 사찰단의 안전을 100% 보장할 수 없다. 실제로 시리아 화학무기 사용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8월 시리아에 입국한 UN조사단도 아사드 정권으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았지만 활동첫날부터 공격을 받아야 했다. 이를 두고 아사드 정권과 반군은 '상대방이 공격한 것'이라고 책임을 미뤘다.
hop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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