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CBS노컷뉴스 이기범 특파원] 아시아나 여객기 충돌사고와 관련해 미 교통안전위원회(NTSB)가 9일(한국시각) 사고 여객기 조종사들을 면담조사하면서 본격적인 사고원인 파악에 나섰다.
지금까지는 '사고 당시 여객기에서 무슨 일(what)이 일어났는지' 객관적 상황을 파악하는데 조사력을 집중했다면 이날부터는 '그 일이 왜(why) 일어났는지' 원인을 파악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사고 직후 NTSB는 현장에서 비행기록장치(일명 블랙박스)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를 회수해 1차 분석을 끝냈다.
분석결과 충돌 59초전 1천피트(300미터) 상공에서 여객기는 159노트(시속 294km) 속도였으며 충돌 34초전인 500피트(150미터) 상공에서는 조종사들이 설정했던 활주로 접근 속도인 137노트를 밑도는 134노트(시속 248km)를 나타냈다.
충돌 16초전 200피트(60미터) 상공에서 118노트(시속 218km)로 속도가 급격히 떨어지자 조종사들은 충돌 8초전인 125피트(38미터) 상공에서 엔진출력레버를 올리기 시작했다. 최저 속도를 기록한 충돌 7초전에는 엔진 출력이 50%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충돌 4초전 기체가 속도를 잃고 떨어지고 있다는 경호신호인 '스틱셰이커'(조종간 떨림 경보)가 발동하자 조종사들은 착륙을 포기하고 고도를 높이려 했으나 기체는 결국 활주로에 미치지 못하고 공항 제방에 동체 후미를 부딪히고 말았다.
핵심은 총 비행시간이 1만 시간 가까이 되는 '베테랑' 조종사들이 기체속도를 느리게 유지한 이유를 파악하는 것이다. 조종사들이 의식적으로 기체 속도를 느리게 한 것인지, 아니면 속도가 느렸음에도 이를 알려주는 계기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조종사들이 속도를 제때 감지하지 못한 것인지, 계기판은 정상작동했지만 조종사들이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인지, 또는 속도를 감지하고 대처에 나섰지만 기체가 말을 듣지 않아서인지, 갑작스런 돌풍이나 기류변화 때문인지 여러 가능성이 존재한다.
블랙박스와 음성기록장치 1차 분석만 놓고 보자면 조종사들이 속도를 정상보다 낮게 유지했다는 흔적은 발견되지 않는다. 오히려 두 조종사들은 활주로 시작 시점의 기체 속도로 '137 노트'를 설정하는 등 정상속도를 인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137노트 이하로 여객기를 임의로 조종했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적어 보인다.
낮은 속도를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 기체 속도는 계속 떨어지고 있었지만 조종사들이 문제를 인식한 것은 불과 충돌 7~8초전으로 확인됐다. 그 이전에 조종사들이 '비정상적인 속도상실'을 감지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
항공 전문가들에 따르면 조종사들은 착륙직전에는 일정 시차를 두고 계기판을 반복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계기판 이상이나 조종 이상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는 계기판 이상이나 속도 이상을 나타내는 정황을 아직 발견할 수 없었다고 NTSB는 밝히고 있다. NTSB는 계기판 상태와 각종 스위치의 위치 등도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NTSB는 속도이상을 감지하고 조종사들이 충돌직전 엔진출력을 올리기 시작했다며 엔진도 출력을 내고 있었다고 밝혔다. 조종사들은 한국 정부 조사단과의 면담에서 '속도를 올리려 했으나 기체가 말을 듣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사고 당일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날씨는 시계 착륙을 시도할 정도로 청명한 날씨여서 갑작스런 돌풍이나 기류변화 가능성도 적어보인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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