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테러범, 추격전 벌이며 '아이폰 이야기'

입력 2013-04-26 17:22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워터타운에서 보스턴 마라톤 폭발 테러 용의자가 잡혔다. 1명은 사살되고 나머지 1명은 체포됐다.

이들은 MIT에서 경찰관 1명을 사살하고 워터타운까지 이동했다. 이동수단은 지나가던 중국인에게서 탈취한 메르세데스 벤츠. 자동차를 빼앗기고 납치된 중국인 이민자 '대니'는 용의자들과 함께 워터타운까지 이동했다. 이동하는 90분 동안, 그들은 '여자', '아이폰5', '학생의 채무한도' 등 사소한 이야기를 나눴다. 음악을 듣기도 했다.

25일(현지시간) 보스턴 지역 매체 보스턴글로브는 대니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겪었던 그날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했다.

18일(현지시간) 밤, 대니는 주유소에 차를 세우고 앉아 있었다. 그때 누군가 조수석의 유리창을 두드렸다. 유리창을 내리자 한 남자가 갑자기 차문을 열고 권총을 들이 밀었다.

타메를란으로 추정되는 남자는 "자기가 보스턴 테러를 저지른 사람이다"며 그를 위협했다. 대니에게 운전을 시킨 그는 얼마 뒤 조하르로 추정되는 남자를 태웠다.

워터타운으로 이동하던 중 그들은 여자, 아이폰5, 학생의 채무한도 등 신변잡기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음악CD가 없다고 말하자 휴대폰으로 음악을 틀기도 하는 등, 초조한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애틀랜틱 와이어는 "폭탄을 터트리고 총격전을 벌이는 동안에도 그들은 애플의 아이폰 루머나 이야기하고 있었다"고 비난했다. 그들은 대니에게 출신이 어디냐고 물었다. '중국'이라고 대답하자 "나는 무슬림이다"는 답이 돌아왔다. 대니는 "중국 사람들은 무슬림들을 굉장히 친숙하게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현지방송 WCBC-TV와의 인터뷰에서 "그들은 내가 중국인이라 죽이지 않은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때 갑자기 대니의 폰이 울렸다. 룸메이트에게서 온 전화였다. "한 마디라도 중국어를 쓰면 죽이겠다"는 협박에 대니는 영어로만 대화했다. "몸이 안 좋아서 친구집에서 자고 가겠다"는 룸메이트의 전화였다. 대니는 '이제 곧 나를 죽이겠구나'하고 당시를 회상했다. 중국에서 이곳까지 오게된 일과 뉴욕에 있는 여자친구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다행히 그들은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서로 러시아로 대화하던 그들 중 한 명이 갑자기 "네 차로 이 주(州)를 벗어날 수 있느냐"고 질문했다. 대니가 무슨 뜻이냐고 되묻자 "뉴욕도 갈 수 있느냐"고 답했다. 25일(현지시간) 조사과정에서 드러났듯이, 그들이 뉴욕 타임스퀘어 테러를 사전에 계획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워터타운까지 가는 도중 기름이 떨어져 주유소에 서게 됐다. 주유소 입구에 '현금만 받습니다'라는 문구를 보자 대니는 '지금이 기회다'고 생각했다. 한 명이 요금을 내고 다른 한 명이 기름을 넣는 사이, 대니는 문을 박차고 나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났다.

다행히 그들은 대니를 쫓아오지 않았고, 그는 바로 911에 신고했다. FBI와 경찰당국은 대니의 신고를 바탕으로 벤츠 차량을 추적, 테러범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보스턴글로브는 "친구 집에서 하룻밤을 잔 룸메이트가 뉴스를 보고 깜짝 놀라 대니에게 전화했을 때, 그는 뉴욕에 있는 여자친구와 통화 중이었다"고 전했다. 대니는 "타메를란은 죽었지만 조하르가 내 주소를 알아내 찾아올 것 같아 두려웠다"며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무섭다. 운이 좋게 살아났다"고 말했다.

대니는 현재 신분을 숨기고 언론에 공개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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