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의 방북 시 북한 관리들이 미국과 관계개선을 희망했다는 전언과 관련해 미국 정부는 "비핵화 약속부터 지켜야 한다"는 원론적인 반응을 보였다.
미 국무부 당국자는 11일(한국시각) "북한은 비가역적이고 검증가능한 비핵화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한다"며 "미국 정부는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그러나 "북한과 연락채널은 항상 가동되고 있다"고 덧붙여 뉴욕채널을 통해 북한과 비공식적인 의견을 교환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 브리핑을 통해 슈미트 회장 일행의 방북에 대해 "우리의 시각은 변하지 않았다"며 "방북시기가 별로 좋지 않다"고 거듭 밝혔다.
그는 "이번 방북은 비공식적 방문으로 미국 정부가 참여한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눌런드 대변인은 또 '방북단 일행을 불러 북한 얘기를 들어볼 것이냐'는 질문에 "그럴 계획은 없다"면서도 "만약 그쪽에서 온다면 경청할 준비는 돼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북미 대화 등에 대해서는 UN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와 1874호 상의 비핵화 조치를 먼저 이행해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보여왔다. 이번 구글 회장 일행의 '북미관계 개선희망' 전언에 대해서 '약속부터 지키라'고 요구한 것도 이같은 방침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달 북한의 장거리 로켓발사와 관련해 UN안보리의 제재가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대화의 여지를 보일 경우 북한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구글회장의 방북에 대해 '별로 도움이 안된다'며 불편한 기분을 이례적으로 표시해왔다.
하지만 북 로켓발사에 대한 UN제재 국면이 마무리되고 한국과 미국,중국,일본의 새 정부가 들어서면 남북 및 북미 대화가 살아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오바마 2기 행정부의 외교,국방장관에 존 케리 상원의원과 척 헤이글 전 상원의원 등 '대화파'가 지명됨에 따라 이같은 가능성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워싱턴 소식통은 이와 관련해 "대화파들이 외교안보팀에 지명됐다 하더라도 당장 미국의 대북정책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재선에 성공하면서 더 이상 선거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과 본격적인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그러나 "문제는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실시하거나 로켓을 또다시 발사한다면 북미간 대화는 상당히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hope@cbs.co.kr
[워싱턴=CBS이기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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