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이색 스포츠 동아리를 접하다

입력 2017-05-26 16:26
수정 2017-05-31 16:11



▲ 숙명여대 태권도 동아리 설화연

[캠퍼스 잡앤조이=이진호 기자 / 정영희 대학생기자] 무언가를 규칙적으로 한다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다. 그것이 운동이나 비타민 챙겨먹기와 같이 건강해지는 것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아주 오래 전부터 ‘운동은 주로 남자가 한다’는 스테레오타입 또한 존재했다. 이는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운동 선수들의 많은 부분을 남성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여대 내 스포츠 동아리들은 생성과 발전의 연속된 루트를 밟고 있다. 여기 체력과 즐거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는 세 여대의 이색 스포츠 동아리를 소개한다.

숙명여대 태권도 동아리 설화연 이시연 부장, 성신여대 산악부 강지선 부원, 동덕여대 주짓수 동아리 DMA(Dongduk Martial Art) 이수정 부장을 만났다.

우리 동아리, 어떤 동아리인가.

이시연 : 설화연은 숙명여대 중앙 동아리로 2007년에 창설됐다. 태권도를 통한 교류 및 건강관리, 즐거운 운동을 하는 동아리다.

강지선 : 성신산악부는 전국 60여개의 대학이 속한 대학산악연맹(KSAF) 소속으로,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동아리다.

이수정 : 주짓수란 관절 꺾기나 조르기 등의 기술을 이용하여 상대를 제압하는 무술이다. DMA는 주짓수를 좋아하는 학생들이 함께 운동하는 동아리다.

연습은 얼마나 자주 하나?

이시연 : 일주일에 3번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 운동을 한다. 기초부터 연습해 1년 동안 승급심사, 승단심사를 준비한다. 학기 말에는 전국 대학 태권도 동아리연합회에서 주최하는 대회에도 출전한다.

강지선 : 매달 1~2회 정기적으로 주말 산행을 간다. 이때는 암벽등반을 주로 한다. 보통 3~4월에는 신입생 암벽 교육을, 5월 이후부터 자연암 등반 산행을 진행한다.

이수정 : 매주 월요일에 모임이 있다. 주짓수 기술을 배우거나 일대일 대전 등을 한다.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하다.

이시연 : 태권도에 관심이 있는 학생 사이의 만남이 필요하면 좋겠다는 이유에서 동아리가 생겨났다. 밝고 건강한 태권도 문화를 전파하고 싶다는 목적도 있다.

강지선 : 산악부는 70년 이상 된 역사 깊은 동아리다. 산을 좋아하는 이들이 모여 등반 기술을 익히고, 즐거운 산행을 함께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수정 : 대학교마다 호신술 동아리가 하나쯤은 있지만 동덕여대는 없었다. 이때 경영학과의 김남곤 교수가 호신술 동아리를 제안하면서 DMA가 탄생했다.



▲ 성신여대 산악부





동아리의 매력은?

이시연 : 태권도의 매력을 꼽자면 낮은 진입장벽이다. 다른 운동에 비해 쉽게 접하고 배울 수 있다. 시작 때 초기 비용도 적은 편이다. 또 쉽게 배울 수 있다.

강지선 : 등산의 매력이라면 단연코 저녁에 텐트 쳐 놓고 다같이 먹는 저녁식사 아닐까. (웃음) 방학에는 학기 중에 가기 힘든 산도 종주한다. 그 때 고생이란 고생은 다 겪는다. 그래도 한 발씩 내딛다 보면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믿음과 확신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매력 중 하나다. 다른 스포츠와는 달리 승패나 우열을 가리지 않고, 내가 노력한 만큼의 보상이 정직하게 드러나는 운동이라는 점도 좋다.

이수정 : 주짓수의 매력은 다른 도구 없이 나의 신체만을 이용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몸을 이용한 관절기술이 쓰이기 때문에, 힘이 비교적 약한 여성들도 쉽게 기술을 익힌다. 그래서 여성들에게 적합한 호신술이라고 불린다. 타 투기종목들과는 다르게 연습할 때 다치지 않고 격렬한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그래서인지 스트레스를 받은 주에 연습을 가면 어쩐지 기분이 좋다.

이럴 때 보람차다.

이시연 : 운동을 하면서 개인 그리고 동아리 전체 실력이 향상됨을 느꼈을 때다. 대회 준비 시즌이 체급 관리도 해야 하고 평소보다 강도가 높은 운동도 병행해야 해서 가장 힘든 시기인데, 이 때 보람찬 기분이 든다. (웃음)

강지선 : 다 같이 등산을 갔다가 무사히 동아리방에 도착했을 때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별 탈 없이 해냈을 때 보람된 활동이다는 생각이 든다. 힘든 순간이 추억이 되어있다는 뿌듯함도 있다.

이수정 : 스파링 상대에게 항복선언을 받을 때다. (웃음) 활동의 대부분을 주짓수 기술 연습과 스파링이 차지하는데, 항복을 받아낸다는 것은 그만큼 기술이 훌륭하고 정교하다는 뜻이다. 스파링에서 이기고 지는 것보다 항복을 받는 것의 의미가 더 크다.



▲숙명여대 태권도 동아리 설화연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이시연 : 동아리방이 큰 편이라 그 안에서 꽤 많은 시간을 보낸다. 하루는 그 안에서 파티를 하기로 계획해서 밤을 샜다. 평소 하기 어려웠던 얘기도 많이 나누면서 더욱 돈독한 사이가 되었던 계기였다.

강지선 : 올해 2월에 설악산으로 3박 4일 동계 종주를 다녀왔는데, 정말 추웠다. 눈이 무릎 높이만큼 쌓여 있고 오르막길이 끝없는 곳에서 땀을 굉장히 흘렸다. 그 뒤 불행하게도 버스 시간표 때문에 씻지도 못하고 그대로 서울로 올라가 학교로 향하는 지하철을 탔다. 신기하게도 아무도 주변에 앉지 않더라. (웃음) 그냥 우연일 뿐이라고 생각하기엔 제 옆에 앉으셨다가 황급히 자리를 뜨시는 아주머니를 보고 조금 죄송했다. 대체 무슨 냄새가 났던 걸까.

이수정 : 특별히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 없다. 매주 모여 함께 운동을 하고 부대끼는 것만으로도 재미있기 때문이다. (웃음)

여대라서 좋을 때는?

이시연 : 옷을 갈아입을 때 신경 쓰이는 부분이 없어서인지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다. 스포츠 동아리 특성 상 정기적인 모임이 많은 편이라 동기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강지선 : 아무래도 소속감이 아닐까. 체력적으로 힘든 산행을 같이 하며 쌓은 추억은 공동체를 끈끈하게 엮어주는 좋은 재료가 된다. 누군가와 함께, 주어진 자리에서 꾸준히 노력할 수 있어 기쁘다.

이수정 : 주짓수는 비교적 스킨십이 많은 운동이기 때문에, 여성의 입장에선 처음 배울 때 조금 주저할 수 있다. 그래서 도장보다는 동아리가 더 편하다. 여성끼리 있어 운동할 때 화장을 안 하거나 덜하고 와도 돼서도 좋다. (웃음)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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