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닉스 급락…中 반도체 굴기에 글로벌 반도체주 '휘청'

입력 2026-10-13 19:21
수정 2026-10-13 19:28

인공지능(AI) 자금 조달에 대한 우려와 중국발 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가 매도세를 자극해 13일 메모리 반도체업체를 중심으로 전세계 반도체 관련 주식들이 하락했다.

서울 증시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주요 공급업체인 SK하이닉스가 10% 넘게 급락했고 삼성전자도 7.3% 하락해 주가가 8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다.

일본 시장에서 키옥시아는 13% 폭락했고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인 도쿄일렉트론은 7.2%, 어드밴테스트는 2.9%, 디스코와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는 각각 4.7%, 5.9% 하락했다. 대표적인 AI투자 그룹인 소프트뱅크 그룹 주가는 8.5% 급락했다.

유럽 시장에서도 리소그래피 제조업체인 ASML은 3.3% 내렸고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인피니언 등 모두 5% 넘게 하락했다.

이는 전 날 미국 증시에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기술주들이 부진을 보인데 따른 것이다.
투자자들이 중국의 창신 메모리테크놀로지(CXMT) 와의 경쟁 심화를 우려하면서 마이크론 주가는 3.9% 내렸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2.7% 하락했다.

CXMT는 지난 주말, 더 작은 공간에 더 많은 데이터를 담아 메모리 밀도를 높이도록 설계된 새로운 칩 아키텍처 개발에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발표했다.

CXMT의 발표 이후 시장에서는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그럼에도 당분간 HBM같은 첨단 메모리 분야에서는 경쟁이 안될 것으로 평가하는 의견도 많다.

UBP의 수석 주식 자문가인 베이-선 링은 ”중국 메모리 제조업체들이 장기적으로 글로벌 수급 균형에 위협이 될 수도 있지만, 단기적으로 특히 HBM과 같은 첨단 메모리 분야에서 여전히 기술적 난관에 계속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날 중국 증시에서 CXMT 주가도 2% 이상 하락했다.

레일리언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필립 울은 CXMT의 이번 성과는 중국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기술적 제약을 극복하고 예상보다 빨리 기존 업체들을 위협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CXMT가 아직 상용화가 가능한 대규모 생산능력을 입증하지 못했고 삼성과 SK하이닉스에 크게 뒤지는 시장 점유율을 고려할 때 시장 반응이 과도해 보인다고 경고했다.

그는 ″더 중요한 것은, 여전히 HBM에 대한 언급이 없으며, 한국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여전히 그 분야를 압도적으로 장악하고 있으며, 가까운 미래에 CXMT나 다른 어떤 회사로부터도 위협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울은 최근의 급격한 반도체 매도세가 경쟁 구도의 근본적 변화라기보다는 AI 산업 전반에 걸친 불안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현재 AI에 대한 투자 심리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하면서 “투자자들이 반도체 수요와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가격 결정력을 재평가하면서 변동성은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일부 분석가들은 전체 AI 관련 거래보다는 메모리 반도체에서 향후 경쟁 이 격화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새로운 AI모델을 공개한 메타는 전 날 주가가 3.4% 올랐다.

싱가포르 루체른 자산운용의 투자 책임자인 마크 벨란은 한국 증시의 혹독한 하락세는 AI 수요의 근본적인 악화보다는 “포지셔닝과 자본 비용에 관한 문제”라고 분석했다. 그는 “시장이 수익 창출과 투자 수익률에 더 집중하는 AI 사이클의 다음 단계에 진입하고 있어 AI거래의 종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더 광범위한 구조조정의 초기 경고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AI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는 최근의 잇따른 자금 조달 관련 경고에 영향받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의 리서치 부서는 전 날 "AI 구축을 둘러싼 잠재적 변동성"을 이유로 미국 주식 시장 전망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하고 단기 국채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인텔의 립부탄 CEO와 브로드컴의 혹탄 CEO는 전날 컴퓨팅 인프라 수요가 공급을 크게 웃돌고 있으나 향후 AI붐에 자본 조달이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정아 객원기자 k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