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타야 겨우 본전"…하이브리드車 고민하다 눈 돌린 곳

입력 2026-10-14 06:00
수정 2026-10-14 06:25

"하이브리드 너무 비싸서요, 요새 기름값 비싸서 차도 잘 안타는데..."

최근 차를 바꾼 A씨는 하이브리드차가 너무 비싸서 전기차를 샀다고 했다. 보조금을 적용하면 하이브리드 대비 가격이 저렴하고, 기름값 등 유지비를 고려하면 더 나은 선택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A씨는 "가솔린을 택할까 하다가 나중을 생각해 전기차를 뽑았다. 충전도 어렵지 않아 만족한다"고 했다.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최근 들어 줄어든 가운데, 최근 이런 트렌드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14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1∼9월) 국내 하이브리드 신규 등록은 42만1199대로 전년 동기 대비 3.9% 줄었다. 2013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국내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유가 시대가 늘면서 차량 운행 거리 자체가 줄자, 초기 구입비 차이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운행거리가 필요한 하이브리드 대신 비교적 저렴한 가솔린을 택하거나 유지비와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보조금, 판매 인센티브가 좋은 전기차로 갈아타는 사례도 보인다.

일례로 현대차 중형 SUV 싼타페 하이브리드(4022만원)의 시작가는 가솔린 모델 대비 365만원 비싸다. 공인 복합 연비 및 지난 13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인 L당 약 1857원을 기준으로 초기 구매 가격 차이를 연료비 절감으로 회수하기까지는 연간 1만5000㎞를 운행할 때 약 5년이 걸린다. 장거리를 매일 뛰는 사람이라면 하이브리드가 유리한 조건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른 선택지가 더 유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보조금을 포함해 3000만원대인 전기차의 등장도 하이브리드 중심의 패밀리카 시장을 흔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이 전기차로 넘어갔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줄어든 대신, 올해 국내 1~9월 전기차 신규 등록은 29만6801대로 74.8% 급증했다.

일례로 기아 전기 SUV EV5 롱레인지 에어는 정부 및 서울 보조금 기준으로 3858만원인데, 아무런 옵션을 넣지 않은 쏘렌토 하이브리드 시작가 3963만원보다 105만원 싸다. 이전에는 없었던, 기아 PV5 같은 전기 목적기반차량(PBV) 등장도 전기차 인기에 한몫했다.

수입차 시장에서도 하이브리드보다 저렴한 전기차가 나왔다. 렉서스코리아는 8세대 ES모델의 순수 전기차 기본 트림의 시작가를 하이브리드 대비 130만원 낮춰 내놨다. 중국 BYD는 3750만원짜리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를 들고 나왔다. 다만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어 향후 지원 규모와 지급 조건 변화가 수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하이브리드의 매력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전히 하이브리드 판매량이 월등히 많은 만큼 당장 시장 주도권이 전기차로 넘어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