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 중국에서 성장한 코오롱스포츠에 이어 헬리녹스를 앞세워 프리미엄 아웃도어 사업을 확대한다. 전문 아웃도어 의류로 확보한 사업 경험을 캠핑 장비와 일상복을 함께 판매하는 방식으로 확장하는 행보다.
12일 코오롱FnC는 헬리녹스 본사와 합작법인 '헬리녹스 차이나'를 출범하고 중국에서 장비와 의류 사업을 통합 전개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헬리녹스 본사가 장비를, 코오롱FnC가 의류를 각각 운영하지만 중국에서는 단일 브랜드 아래 두 제품군을 한 매장에서 판매한다. 지난해부터 온라인으로 판매한 장비에 의류를 더하고, 고급 쇼핑몰로 유통망을 넓히는 전략이다.
아웃도어도 K…중국 성장 시장 파고든다
중국 아웃도어 시장은 정부의 건강·레저 육성 정책과 전문 스포츠 수요가 맞물리며 성장하고 있다. 중국 신화통신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관련 시장 규모는 1조4400억위안(약 286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의류뿐 아니라 장비와 관련 서비스 등을 포함한 시장이다.
중국 정부도 아웃도어를 새로운 소비 성장축으로 육성하고 있다. 중국 국가체육총국 등이 발표한 '아웃도어 스포츠 산업 발전계획(2022~2025년)'은 2025년까지 산업 전체 규모를 3조위안 이상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국무원이 공개한 별도 지침에는 2030년까지 약 100곳의 고품질 아웃도어 활동 거점을 조성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이 시장에서 전문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의 성장세는 대중 스포츠웨어를 앞선다. 아웃도어부터 스포츠브랜드까지 거느린 안타스포츠만 보더라도, 올해 상반기 실적의 경우 안타 브랜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8%, 휠라는 6.1% 증가했다. 반면 코오롱스포츠와 데상트 등이 포함된 기타 브랜드 부문 매출은 44.2% 늘었다. 여러 브랜드와 인수 사업의 실적을 포함한 수치지만, 전문성과 프리미엄 이미지를 앞세운 브랜드군이 그룹 성장을 이끄는 흐름을 보여준다.
코오롱스포츠, 상반기 매출 5년 만에 26배
코오롱스포츠는 중국에서 사업을 확대한 대표적인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다. 코오롱FnC는 2017년 중국 최대 스포츠웨어 기업 안타스포츠와 50대50 지분의 합작법인 '코오롱스포츠차이나'를 설립했다. 코오롱의 브랜드 운영·상품 기획 역량과 안타의 현지 유통망을 결합한 구조다.
코오롱스포츠차이나의 상반기 매출은 2020년 151억원에서 2021년 446억원, 2022년 703억원, 2023년 1186억원, 2024년 1998억원, 2025년 3930억원으로 증가했다. 2020년과 2025년 상반기를 비교하면 5년 만에 약 26배 성장했다. 연간 매출은 지난해 9141억원에서 올해 1조2000억원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내 매출을 합산한 브랜드 전체 실적과 구분되는 중국 사업 기준 수치다.
코오롱스포츠는 1973년 출범 이후 축적한 기능성 소재와 제품 개발 경험을 중국에서도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가격 경쟁보다 전문 아웃도어 브랜드로서의 신뢰도를 높이고, 현지 유통망을 통해 프리미엄 소비층에 접근했다. 이러한 중국 사업 경험이 이번에는 헬리녹스로 이어지고 있다.
캠핑 의자 옆에 다운 재킷…통합 매장 승부수
헬리녹스의 중국 진출 첫 오프라인 거점은 상하이 고급 쇼핑몰 환마오 iapm이다. 코오롱FnC는 지난 10일 문을 연 팝업스토어에서 헬리녹스 웨어를 중국에 처음 선보였다. 오는 27일까지 운영하는 팝업에는 '이클립스 팩 다운 재킷'과 '이클립스 팩 다운 베스트' 등 의류와 중국 한정 판매 의자·머그컵을 함께 구성했다.
코오롱FnC는 헬리녹스 장비의 경량성과 내구성을 옷에 적용한 '웨어러블 기어'를 내세운다. 캠핑장에서 사용하는 제품과 도심에서 입는 옷을 한 공간에 배치해 아웃도어 활동부터 일상까지 브랜드의 사용 범위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매장 밖에서도 체험 공간을 운영한다. 이달 31일까지 상하이 난창루에 '도심 테마 캠프'를 조성해 장비를 사용하고 브랜드를 경험하도록 구성했다. 오는 12월에는 iapm과 ITC에 정식 매장을 연다. 2030년까지 상하이·베이징 등 주요 도시의 고급 쇼핑몰을 중심으로 매장을 30곳 이상 확보할 계획이다.
온라인 판매는 먼저 시작했다. 지난해 상반기 문을 연 티몰 헬리녹스 공식 스토어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4% 증가했다.
같은 프리미엄, 다른 출발점
헬리녹스는 코오롱스포츠와 다른 방식으로 시장에 진입한다. 코오롱스포츠가 산악 활동에 기반을 둔 의류 중심 브랜드라면, 헬리녹스는 장비에서 출발해 의류로 확장한다. 캠핑용품을 사용하던 고객에게 그에 적합한 옷을 제안하고, 의류를 구매하려는 고객에게 장비를 함께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판매 접점이 넓어진다.
중국의 아웃도어 육성 정책도 의류와 장비를 함께 판매하는 사업의 배경이다. 야외 스포츠 시설과 서비스, 행사를 확충하는 정책은 소비자가 아웃도어를 경험할 기회를 늘린다. 헬리녹스는 이 과정에서 캠핑 장비의 기능성과 일상복의 활용도를 동시에 제시한다.
치열해진 프리미엄 시장…의류 경쟁력 시험대
중국 프리미엄 아웃도어 시장에서는 글로벌 브랜드와 현지 기업의 경쟁이 겹친다. 안타는 코오롱스포츠와 데상트 등을 운영하는 동시에 아크테릭스·살로몬을 보유한 아머스포츠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전문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중국 자본과 현지 유통 역량을 활용해 사업을 확대해온 셈이다.
헬리녹스 역시 고급 쇼핑몰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사업을 전개하는 만큼 이들 브랜드와 고객의 지출을 놓고 경쟁해야 한다. 온라인 장비 판매의 성장세를 오프라인 의류 판매로 연결하는 것이 다음 과제다.
헬리녹스 웨어는 지난해 10월 국내 출시 이후 강남·잠실 등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에 5개 매장을 열고, 지난달 도산공원에 첫 플래그십 매장을 선보였다. 국내에서 상품과 공간을 구축한 뒤 약 1년 만에 중국으로 확장하는 만큼, 현지에서 의류 자체의 제품력과 수요를 증명해야 한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헬리녹스 본사와의 면밀한 협력을 통해, 50년 넘게 축적해온 코오롱FnC의 아웃도어 전문 헤리티지와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를 성공시킨 독보적 역량을 헬리녹스에 집약했다"며 "헬리녹스를 통해 중국 아웃도어·라이프스타일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시장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