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대체 얼마야"…취준생 속 터지는 채용공고에 '부글부글'

입력 2026-10-12 06:29
수정 2026-10-12 07:01

국내 주요 취업포털에 올라온 채용공고 5건 중 3건은 지원자가 월급이나 연봉 수준을 미리 알 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대통령도 채용 단계에서 일정 범위의 임금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지만 고용노동부는 법으로 강제하는 방안에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12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의원이 사람인·잡코리아·인크루트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3개 취업포털에 올라온 채용공고는 총 512만4371건이었다.

이 가운데 구체적인 임금 수준이 표시된 공고는 209만9039건으로 전체의 40.9%에 그쳤다. 나머지 약 59%의 공고에서는 구직자가 지원 단계에서 받을 수 있는 급여 수준을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의미다.

포털별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한 업체의 경우 채용공고 가운데 '회사 내규에 따름'이나 '면접 후 결정' 등 임금을 표시하지 않은 비중이 57.7%로 가장 높았다. 연봉을 명시한 공고는 26.6%, 시급 9.5%, 월급 5.7%였다.

다른 업체 역시 '회사 내규에 따름' 등 미표시 공고가 58.8%를 차지했다. 연봉을 밝힌 공고는 21.1%, 월급은 16.6%, 시급은 2.9%였다. 나머지 한 업체는 전체 공고 건수만 제출하고 임금 표시 방식별 자료는 제공하지 않았다.


현재 기업이 채용공고에 임금 수준을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는 법적 의무는 없다. 직업안정법과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모두 채용공고 단계에서 임금을 표시하도록 강제하는 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 기업이 임금 기재 여부를 결정하면 취업포털은 해당 내용을 그대로 게시하는 구조다.

채용 단계에서 급여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는 정부 내에서도 제기됐다. 지난 3월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과 함께하는 노동정책 토론회'에서는 "'회사 내규에 따름', '면접 후 협의' 식의 표기가 청년의 저임금 고착화를 부추긴다"며 임금 명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이 대통령은 "아주 일리 있는 말이다. 채용하는데 월급을 얼마를 줄지 안 가르쳐 주는 건 정말 문제"라며 일정한 상·하한 범위를 제시하는 방식의 임금 공개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지난 8월 고용부 업무보고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나왔다. 한 국민참여단이 "계약 1분 전에 연봉 수준을 알게 됐다"며 채용공고에 근로조건 명시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안하자 이 대통령은 "정책적으로 판단해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고용부는 임금 공개를 법제화하는 방안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의원실에 전달했다. 고용부는 "법제화시키면 기업들이 사후 다툼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임금을 보수적으로 기재할 가능성이 높다"며 재직 근로자나 산업별 임금 분포 정보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채용 단계의 임금 공개를 제도화한 사례도 있다. 일본은 직업안정법을 통해 기업이 임금과 노동시간 등을 채용공고에 명시하도록 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2023년 제정한 '임금 투명성 지침'에 따라 사업주가 면접 전에 지원자에게 초임 또는 임금 범위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채용공고에 임금 정보를 표시하도록 하는 직업안정법·채용절차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이 의원은 "기업별 또는 산업별 임금 분포는 구직자가 자신이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월급과 다를 수 있다"며 "채용공고에 임금정보를 표기한다는 제도 취지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직자들, 특히 청년 구직자들이 임금 수준을 모르고 응시했다가 채용을 포기하거나 조기 퇴직하는 일이 반복되면 국가적 낭비"라며 "외국에서 시행되는 제도를 국내에서 시행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