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CCTV인 줄 알았는데"…해킹하자 벌어진 섬뜩한 일

입력 2026-10-12 06:18
수정 2026-10-12 06:47

주택가와 상점, 농장 등에 설치된 평범한 폐쇄회로TV(CCTV)와 웹캠이 전쟁터의 '눈'으로 변하고 있다. 인터넷에 연결된 카메라를 해킹해 병력과 군사시설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공격 표적을 찾는 사례가 늘면서 민간 보안기기가 새로운 군사 정보 수집 수단으로 떠오른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정보기관과 사이버 보안 전문가, 군 관계자, 해커 등을 인용해 보안이 취약한 민간 카메라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분쟁에서 실제 작전에 활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각국 정보기관과 해커들은 인터넷에 연결된 카메라 가운데 보안 설정이 허술한 기기를 찾아낸 뒤 비밀번호를 대량으로 입력하는 방식 등으로 접속을 시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이 카메라 해킹 이후 확보한 방대한 영상을 분석하는 데까지 활용되고 있다.

AI 알고리즘이 수많은 영상에서 병력 이동이나 특정 장비 등 눈여겨볼 장면을 자동으로 골라내면서 정보 수집 효율도 높아졌다.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하는 국제 해커 그룹 '팀 원피스트'의 리더는 "AI가 모든 걸 바꿔놨다"고 했다.

실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민간 카메라가 상대방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팀 원피스트는 2022년 말 러시아가 점령한 크림반도의 카메라에 침입해 군용 헬기의 이동을 추적했다.

해커들은 헬기의 이동 경로를 따라 러시아 공군기지 위치를 파악한 뒤 이를 우크라이나군에 전달했다. 반대로 러시아 측 해커들도 2024년 키이우 주택가의 웹캠을 해킹해 표적을 찾고 미사일 공격에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2022년 전쟁 발발 이후 안보상 위험이 있다고 판단한 카메라 약 4만대를 찾아 보안을 강화하거나 접속을 차단했다.

비슷한 양상은 중동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초 이스라엘의 한 양계장 농부는 스마트폰 웹캠 앱의 설정 언어가 갑자기 아랍어로 바뀐 사실을 발견했다. 당국 조사 결과 해커들이 중국산 카메라를 침입해 인근 국경 지역의 이스라엘 보안군 움직임을 지켜본 것으로 파악됐다.

이스라엘도 이란의 교통 카메라를 해킹해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암살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이란과 연계된 해킹 세력은 이스라엘 내 웹캠과 보안 카메라 수백 대를 공격했다.

이스라엘 당국에 따르면 올해 이란 연계 해킹 그룹이 침입한 주요 보안 카메라는 약 250대에 달했다. 차량 번호판 인식 카메라를 비롯해 전략적 요충지와 군인 집결 장소, 레바논 국경 인근 군사기지 주변의 카메라도 표적이 됐다.

WSJ은 과거 항공 정찰이나 현장 첩보원이 맡았던 표적 탐색과 공격 결과 확인 등 일부 역할을 해킹된 카메라가 대신하고 있다고 전했다. 목표물과 가까운 곳에 설치된 카메라를 활용하면 직접 현장에 접근하는 것보다 위험을 줄이면서도 지속적으로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보안 위협은 전쟁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에 연결된 카메라 상당수가 자체 보안 기능이 부족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점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업이나 정부기관에서 IT 부서의 관리 없이 시설 관리 부서 등이 자체적으로 설치한 카메라는 보안 체계 밖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랜섬웨어 조직이 이 같은 기기를 내부 네트워크로 침투하는 우회 통로로 이용한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