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초등학생에게 공부를 못한다는 말을 반복한 담임교사가 아동학대 혐의로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1심에서는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지만 항소심에서 벌금 500만원으로 감형됐고, 대법원도 이 판단을 유지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고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4학년 담임을 맡았던 A씨는 2024년 4월 교실에서 자신의 반 학생에게 공부를 못한다는 취지의 말을 여러 차례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교실에는 다른 학생들도 함께 있었다.
문제가 된 발언에는 "공부 좀 해라. 공부를 그렇게 못 하면 되겠냐", "공부를 그렇게 못하면 어짜노! 너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다" 등이 포함됐다.
A씨는 재판에서 해당 발언을 한 사실이 없고, 설령 일부 말을 했더라도 학대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은 피해 학생과 모친의 진술, 당시 상황이 기록된 일기장 등을 토대로 A씨의 발언과 전후 정황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피해 학생 역시 공부 자체보다 A씨로부터 반복적으로 공부를 못한다는 지적을 받은 데 큰 괴로움을 호소한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A씨가 "자신의 기분대로 특정 학생을 다른 학생들 앞에서 대놓고 모욕, 멸시, 질타해가며 '무형의 교편'을 휘둘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작 9살에 불과한 피해자는 대응 방법조차 찾지 못한 채 굴욕의 나날을 일기에 남기며, 모친한테 일일이 털어놓는 수모의 하루하루를 버텨내야만 했다"고 밝혔다.
1심은 A씨가 교사로서 학생들을 보호하고 지도해야 할 본분을 저버렸다고 질타했다. 또 범행을 반성하기보다 '불법 녹음을 당했다', '면학을 독려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편 점도 지적했다.
A씨가 과거 음주운전으로 벌금 400만원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점과 최근 아동학대 범죄의 양형이 강화된 점도 고려됐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60시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 5년을 함께 명령했다.
A씨는 피해 학생과 모친의 진술을 믿을 수 없고 피해 학생이 작성한 일기장도 주관적이라며 항소했다. 피해 학생이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이유 역시 자신의 행동이 아니라 교우관계 때문이라는 주장도 폈다.
2심은 A씨가 "공부하는 친구한테 민폐"라고 한 발언은 아동학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일부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나머지 발언은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인정했다.
형량은 벌금형으로 낮아졌다. 2심은 A씨가 약 23년간 비교적 성실하게 교사 생활을 해왔고 평소 학생들의 학업 성취에 많은 관심을 기울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적극적인 학대 의도를 갖고 범행한 것은 아닌 점과 200만원을 공탁한 점, 범행을 부인하면서도 피해 아동에게 미안함을 표현한 점 등도 감형 사유로 고려했다.
A씨는 항소심 판결에도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법리를 잘못 적용한 문제가 없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