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속은 용납 않을 것"…대만 총통 '작심 발언'에 中 발끈

입력 2026-10-10 21:25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중국의 군사적 압박에 맞서 국방력을 강화하겠다며 중국에 종속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국방비 확대가 전쟁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중국의 군사적 위협을 억제하고 대등한 대화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중국은 라이 총통이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본색을 드러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10일 대만 중앙통신사와 연합보 등에 따르면 라이 총통은 이날 타이베이 총통부 앞 광장에서 열린 건국기념일(쌍십절) 연설에서 중국이 군사적 위협과 회색지대 활동을 통해 대만해협의 현상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라이 총통은 "권위주의의 확장에 직면한 대만의 굳건한 입장은 우리 자신의 생존뿐 아니라 무력이 규칙 위에 군림할 수 없고 강대국이 국민의 미래 결정 권리를 박탈할 수 없다는 믿음과도 관련돼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국방 개혁과 첨단 기술을 활용한 방위산업 육성을 제시했다.

그는 "국방비 투자를 늘리는 목적은 도발이 아니라 전쟁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또한 우리가 자위력을 강화하는 것은 대화를 포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대등하고 존엄한 입장에서 대화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정부는 지난 8월 내년도 국방예산을 역대 최대인 1조1225억 대만달러(약 48조7000억원)로 확정했다. 중국의 군사적 압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방위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라이 총통은 인도·태평양 지역 민주주의 국가들의 협력도 촉구했다.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각국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을 향해서는 "우리는 미국과 중국이 대화를 통해 경쟁을 관리하고 갈등과 전쟁의 위험을 줄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지역 안보와 평화를 유지하려면 역사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만은 평화를 소중히 여기지만, 자유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교류에는 열려 있지만, 종속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의 장한 대변인은 이날 기자 문답에서 "라이칭더의 연설은 사실을 무시하고 시비를 전도하며 민중을 오도하는 불순한 의도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장 대변인은 "이는 그가 '실무적인 대만 독립 추진자'로서 본색을 드러낸 것"이라며 "연설에서 대만 독립이라는 분열적 사고를 고집하고 '중국 본토의 위협'을 과장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라이 총통이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대립 구도를 내세워 외부 세력의 힘으로 독립을 추진하고 양안(중국과 대만)의 대결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 측은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과 '92공식'을 견지하겠다고 밝혔다. 92공식은 1992년 중국과 대만이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면서도 그 의미는 각자 해석하기로 했다는 국민당 측 설명에 기반한 개념이다. 중국은 이를 양안 관계의 정치적 기초로 삼지만 대만 집권 민진당은 수용하지 않고 있다.

이번 연설은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 이후 대만 문제를 둘러싼 긴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24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미국이 대만 독립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관련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미국 백악관이 회담 이후 공개한 공식 자료에는 대만 문제가 포함되지 않았다. 대만 외교부 역시 중국 측 발표가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