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요 기업들의 올 3분기 이익이 지난해보다 30% 넘게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전체 이익 증가분 가운데 약 3분의 2를 인공지능(AI) 등 빅테크 기업들이 차지한다는 분석이다. 다만 AI 투자 확대에 따른 실적 성장세가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경고도 제기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이익 증가 속도가 지속될 수 있을지로 집중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금융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 3분기 이익 증가율 전망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약 31%로 나타났다.
타진더 딜런 LSEG 기업실적·주식 리서치 총괄은 전체 이익 증가분 중 3분의 2가 기술업종과 알파벳·아마존·메타플랫폼 등 AI 관련 대형 기업에서 나올 것으로 분석했다.
실적 발표를 앞둔 미국 증시도 AI 관련 기술주 상승에 힘입어 이번 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3분기 실적 발표 시즌은 다음 주 JP모건체이스·골드만삭스 등 주요 은행들의 실적 공개를 시작으로 본격화할 전망이다.
웰스파고 투자연구소의 사미르 사마나 글로벌 주식·실물자산 책임자는 "모든 것이 AI에 관한 것이고 에너지와 소재 업종도 일부 기여하고 있지만 이는 지정학적 요인 때문"이라며 "이익 증가분의 70~80%가 기술과 AI에서 나온다고 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업종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여파로 올 3분기 미국 유가가 약 30% 상승하면서 에너지 기업들의 이익은 작년 같은기간보다 약 11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AI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은 필수소비재·부동산 업종은 3분기 이익 증가율 전망치가 가장 낮은 업종들 중 하나로 꼽혔다.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모든 산업에 고르게 확산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이 주목하는 또 다른 변수는 성장 속도다. S&P500 기업들의 2분기 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54% 증가해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알파벳·아마존의 AI 관련 투자자산 평가이익을 제외해도 증가율은 약 35%. 이는 2021년 이후 최고 수준이었다.
3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웃돌 가능성은 있지만 직전 분기의 기록을 넘어설지는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메리프라이즈파이낸셜의 앤서니 새글림베네 수석 시장전략가는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이번 실적 성장 주기가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AI 관련 투자의 상당 부분은 지속적인 설비투자에 기반하고 있어 분기가 지날수록 넘어야 할 기준이 높아지고 시장의 검증도 엄격해진다"고 지적했다.
AI 호황의 최대 수혜 업종 중 하나인 반도체에서도 성장 둔화 조짐이 나타났다. LSEG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3분기 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36%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여전히 세 자릿수 증가율이지만 2분기에 기록한 약 158%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독립 리서치업체 어닝스스카우트의 닉 라이치 최고경영자(CEO)는 "기업 실적 전망치의 상향 조정 속도가 둔화하기 시작했다"며 "AI 인프라 구축은 여전히 시속 100마일로 달리고 있지만 3개월 전에는 시속 150마일로 달리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AI 투자 수요 자체가 꺾인 것으로 볼 순 없다는 분석이다. 라이치는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의 최근 실적이 여전히 견조하다면서 기업들이 AI 호황에 따른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분기 매출 전망치를 제시했다. 고객사들이 장기 공급계약에 따라 약정한 금액도 320억달러로 늘어났다. 이번 주 구글은 콘스텔레이션에너지와 대규모 전력공급 계약을 체결해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금리 상승도 기업 실적을 좌우할 변수로 꼽힌다. 미국 국채 수익률은 인플레이션 우려, 유가 상승, 프랑스 등의 부채 문제로 오름세를 나타냈다.
사마나는 차입금이 많은 전력·가스 등 유틸리티 기업들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가 미국 기업들의 이익 성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설비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수록 실제 수익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압박도 커지고 있는 셈이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