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자주 사용하는 물건을 둔 장소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대중 교통을 타는 것은 물론 길을 찾아가는 게 유독 힘들다', '조금 전 한 약속조차 생각나지 않는다'.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흔히 호소하는 증상이다.
치매 전 단계로 불리는 경도인지장애는 건망증과는 다르다. 건망증은 정보를 뇌에 저장하는 데엔 문제가 없지만 노화, 스트레스, 피로 탓에 저장한 정보를 꺼내는 데 문제가 생긴 상태다. 작은 단서를 주면 스스로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는 정보를 뇌에 저장하는 과정 자체에 문제가 생긴 상태다. 힌트를 줘도 기억하지 못하고 특정한 경험을 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하게 된다.
김민재 순천향대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9일 "매년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약 10~15%가 치매로 진행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조기에 정확히 진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경도인지장애는 정상 노화와 치매의 중간 단계다. 기억력 등 인지기능이 떨어졌지만 혼자 일상생활은 할 수 있다. 그대로 두면 치매로 진행할 위험이 높다.
단순히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경도인지장애로 진단하진 않는다. 신경심리검사 등을 통해 인지기능이 정상 수준보다 떨어졌는지 등을 평가해야 한다.
60세 이상 인구의 3%, 75세 이상 인구의 15%가량이 경도인지장애일 것으로 추정된다. 미리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면 치매 이행을 늦출 수 있다.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 이유다.
경도인지장애의 대표 증상은 기억력 감퇴다. 대화 중 일부 내용을 까맣게 잃어버리거나 했던 말을 자주 반복하게 된다. 특정한 사물이나 사람의 이름과 단어를 자주 떠올리지 못하는 언어 능력 저하도 흔하다. 방향 감각이 떨어져 목적지를 찾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신경심리검사 결과 경도인지장애가 의심되면 원인 파악을 위해 혈액검사와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등을 시행한다. 최근엔 뇌 속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얼마나 쌓여 있는지 확인하는 아밀로이드 양전자단층촬영(PET) 검사도 시행한다. 이를 통해 알츠하이머병이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 치료 목표는 진행을 늦추는 것이다.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서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 치매 진행을 예방하는 데 도움된다. 야채와 생선 등을 골고루 섭취하는 식사습관도 좋다.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이 있다면 이를 잘 관리하고 술과 담배는 끊어야 한다. 활자를 읽고 쓰면서 뇌를 꾸준히 자극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 교수는 "과거엔 경도인지장애 단계엔 활용할 수 있는 약물치료가 제한적이었다"며 "최근엔 아밀로이드 PET 검사 등에서 알츠하이머병이 확인되면 항체치료를 통해 인지기능 저하와 치매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했다. 의심 증상이 있다면 두려워 말고 병원을 찾아 검사 받아야 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