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2029년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율주행 광역버스에 실제 승객을 태우는 실증사업에 나선다. 2028년 승객 없이 시험운행을 거친 뒤 2030년 이후에는 운행 차량을 10대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인공지능(AI) 자율주행 기술을 시내버스와 수요응답형 교통수단(DRT)으로 넓혀 수도권 교통 혼잡과 지역 간 교통격차를 줄인다는 구상이다.
추미애 경기지사는 취임 100일을 맞은 8일 성남시 판교의 스마트모빌리티 실증허브와 경기도 미래모빌리티센터를 찾아 이 같은 내용의 미래교통 혁신 비전을 발표했다. 별도의 취임 100일 기념행사 대신 자율주행 기술 개발 현장에서 교통체계 전환 계획을 내놨다.
추 지사는 "지금까지는 도민이 정해진 버스 노선과 운행시간에 맞춰 이동해야 했다면, 앞으로는 교통체계가 도민의 이동 수요에 맞춰 스스로 움직이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경기도 어디에 살든 편리한 교통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첫 사업은 자율주행 광역버스 도입이다. 경기도는 2027년부터 2029년까지 기존 광역버스 3대를 자율주행 차량으로 개조해 실제 도로에서 안전성과 운행 가능성을 검증한다.
2027년 차량 주변 상황을 인식하는 센서와 AI 운전 시스템을 구축하고, 2028년에는 고속도로가 포함된 1개 노선에서 승객 없이 시험운행을 한다. 이어 2029년 실제 승객이 타는 실증에 들어가고, 2030년 이후에는 노선을 늘리고 차량도 10대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핵심 기술은 경기도가 개발 중인 'E2E(End-to-End) 자율주행 AI 모델'이다. 차량 센서가 도로와 주변 차량의 움직임을 인식하면, 이를 바탕으로 주행 방향과 속도를 판단해 차량을 제어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하나의 AI 모델이 처리하는 방식이다.
도는 2028년 상반기 모델 개발을 마무리해 자율주행 광역버스에 적용하고, 실제 도로에서 확보한 주행 데이터를 반복 학습시켜 운행 안정성과 기술 완성도를 높일 계획이다.
자율주행 기술의 적용 범위도 넓힌다. 광역버스에서 확보한 기술을 시내버스와 DRT에 적용해 대중교통이 부족한 지역의 이동 편의를 높인다는 것이다.
DRT는 고정된 노선과 시간표 대신 승객 호출에 따라 운행하는 교통수단으로, 경기도는 여기에 AI 자율주행 기술을 결합하면 교통수요가 적은 지역에서도 탄력적인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추 지사는 이날 자율주행 교통체계의 4대 비전으로 'CARE(케어)'를 제시했다. 합리적인 비용(Cost-Effective), 접근성(Accessible), 안전과 신뢰(Reliability), 친환경(Environment)의 영문 앞 글자를 딴 것이다.
이에 따라 도는 차량 제작과 기반시설 구축 비용을 낮춰 합리적인 요금체계를 마련하고, 중앙관제시스템과 안전기준을 갖춰 운행 안전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전기·수소차 기반 자율주행 기술로 탄소배출도 줄일 방침이다.
미래교통 산업 육성을 위한 기반시설 투자도 늘리고 있다. 이날 추 지사가 방문한 스마트모빌리티 실증허브는 경기도가 346억원을 들여 제2판교테크노밸리에 조성한 미래차 기업 지원시설로, 연면적 6348㎡ 규모다.
지난달 23일 건물 사용승인을 받았다. 2019년 문을 연 미래모빌리티센터는 판교 일대 실제 도로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시험하고 운행 데이터를 수집·관리하는 시설로, E2E 자율주행 AI 모델 개발도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는 원격운전 기술을 활용한 차량 공유서비스도 실증하고 있다. 이용자가 차량을 호출하면 원격운전자가 원하는 장소까지 차량을 보내 주고, 이용이 끝나면 회수하는 방식이다.
지난달 말 판교테크노밸리 일대에서 시험운행을 시작해 이달까지는 안전운전자가 탑승한 상태로 기술을 검증하고, 11~12월에는 안전운전자 없이 운행하는 시범서비스를 추진한다.
추 지사도 이날 실증허브에서 미래모빌리티센터까지 원격운전 실증차량을 타고 이동하며 기술을 점검했다.
추 지사는 "판교에서 시작한 혁신이 도시의 교통체증을 줄이고 대중교통이 부족한 지역의 이동권을 넓히도록 하겠다"며 "경기도를 미래 모빌리티 혁신의 선도지역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수원=정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