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켄드 노래하자 '몽환의 빛' 내려앉았다…황홀한 고양의 밤 [리뷰]

입력 2026-10-09 12:52

십(十)자 모양으로 길게 뻗은 돌출 무대, 그 가운데를 장식한 초대형 조형물. 빨간 로브를 걸친 수십 명의 댄서가 돌출 무대로 줄지어 나오고, 초록색 레이저가 마치 구름처럼 객석을 감싸자 어딘지 모를 장엄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기분 좋은 긴장감을 뚫고 등장한 팝스타. 8년 만에 내한한 위켄드(The Weeknd)는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은빛 마스크를 착용한 채로 5만4000여 관객들의 함성을 온몸으로 느꼈다. 지난 7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위켄드 내한공연 현장의 모습이다.

2013년 데뷔한 캐나다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위켄드는 알앤비에 힙합·일렉트로닉 등을 결합한 얼터너티브 알앤비를 대중음악계 주류로 끌어올린 아티스트다. 멜로디컬한 알앤비 소울은 펑크·록까지 다채로운 사운드와 만나 감각적이고 미니멀하게 귀에 감기는 매력을 낸다. 여기에 마이클 잭슨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를 받는 위켄드의 독보적인 음색이 더해져 몽환적인 분위기를 완성한다.

웅장한 무대 연출로 초반 몰입감을 강하게 끌어올린 위켄드는 '뱁타이즈드 인 피어(Baptized in Fear)'를 시작으로 '오픈 하츠(Open Hearts)', '웨이크 미 업(Wake Me Up)', '애프터 아워스(After Hours)' 등을 잇달아 불렀다. 다양한 장르적 변주와 위켄드 특유의 음색 덕에 고양종합운동장은 단숨에 황홀감에 휩싸였다. 다프트 펑크와 협업했던 '스타보이(Starboy)'의 전주가 나올 땐 객석에서 우렁찬 환호성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초반부 가장 뜨거운 반응이 나온 순간은 위켄드가 레이저 마스크를 벗었을 때였다. 위켄드가 마스크를 벗자 우레와 같은 함성이 고양의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황홀한 순간은 무대 아래 관객과 무대 위 아티스트가 동시에 감동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위켄드는 관객이 빼곡하게 들어찬 객석을 쭉 둘러보며 감격한 듯 "오 마이 갓", "와우" 등의 감탄사를 내뱉었다. 관객들의 손목에서 빛을 내는 LED 팔찌가 마치 별처럼 위켄드의 두 눈에 박히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냈다.

위켄드는 "한국과는 특별한 관계다. 내 첫 스타디움 공연이 한국에서 열렸었다"며 2018년 고척스카이돔에서 개최했던 내한 공연을 언급했다. 이어 "그때 여러분이 공연을 매진시켰고, 난 오랜 시간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한국은 내게 정말 특별한 존재"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나 한국을 다시 찾은 그는 "이곳을 뒤집어놓으려고 또 공연을 매진시켜줬다. 그것도 이틀 연속으로 말이다"라며 감사함을 표했다.


위켄드는 미국 '그래미 어워즈'에서 4회 수상한 이력이 있고, 2023년에는 스포티파이 최초로 월간 청취자수 1억명을 돌파했다. 높은 완성도에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특징을 지닌 그의 음악은 전 세계 음악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좋은 노래'를 다수 보유한 만큼, 위켄드는 최대한 많은 곡의 무대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그는 이날 무려 40곡을 소화하며 '피켓팅한 보람이 있는 공연'의 정석을 보여줬다.

'하트리스(Heartless)', '페이스(Faith)', '크라이 포 미(Cry for Me)', '상파울루(Sao Paulo)', '하우 두 아이 메이크 유 러브 미?(How Do I Make You Love Me?)', '캔트 필 마이 페이스(Can't Feel My Face)' 등 명곡의 향연이 이어졌다. 공연이 후반부를 향해감에도 위켄드의 목소리는 더 유연하고 선명해졌다.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연신 호응을 유도하기도 했다. '상파울루', '테이크 마이 브레스(Take My Breath)' 무대 때는 "핸즈 업!"이라고 외치며 관객들과 하나 되어 신나게 점프했고, '새크리파이스(Sacrifice)'를 부를 땐 질주감 넘치는 비트에 맞춰 흥을 폭발시켰다. 위켄드는 여러 차례 "원, 투, 쓰리!"라고 외쳤고, 그에 맞춰 관객들은 호응하며 환상의 호흡을 보여줬다.

화려한 무대 연출은 관객들을 열광케 했다. 객석까지 열기가 그대로 전달될 정도로 거센 불기둥, 드넓은 경기장 전체를 아우르는 조명과 레이저 효과, 까만 밤하늘을 수놓은 폭죽 등이 공연 내내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위켄드는 '더 힐스(The Hills)', '타임리스(Timeless)', '키스랜드(Kiss Land)', '크리핀(Creepin')' 등에 이어 '아웃 오브 타임(Out of Time)'을 부를 땐 주저 없이 객석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는 마이크를 관객에게 넘겼다. 관객들과 일일이 손바닥을 부딪치고, 포옹하는 등 특급 팬서비스를 선물하기도 했다. 계속해 히트곡 '아이 필 잇 커밍(I Feel It Coming)', '다이 포 유(Die for You)'를 소화하며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한국 관객들이 가장 고대한 무대는 단연 '블라인딩 라이츠(Blinding Lights)'일 터. 2019년 발매된 이 곡은 빌보드 차트 역사상 최초로 1년 동안 톱 10에 올랐고, 2021년에는 빌보드 역대 차트 성적을 집계한 '올 타임 핫 100' 차트에서 1위로 선정됐다. 8년 전 내한 때는 세상에 나오지 않은 곡이었기에 팬들의 해당 무대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무대 시작 전부터 장내에는 전운이 감돌았다. 관객들은 위켄드의 이름을 연호했고, 이어 위켄드가 "오~오~오오오오"라며 '블라인딩 라이츠'의 전주를 부르자 관객들도 힘찬 떼창을 더했다. 본격적으로 노래가 시작되자 무대 위아래가 열정적인 에너지를 분출했다. 짜릿한 멜로디에 관객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몸을 흔들었고, 후렴구를 위켄드와 함께 불렀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에서 인상적이던 건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는 아티스트의 애티튜드였다. 한국과 특별한 관계임을 강조했던 위켄드는 공연 내내 가사에 '코리아', '고양' 등의 단어를 넣어 애정을 표했고, 객석을 바라보면서는 두 팔을 크게 벌려 자신의 품으로 끌어안으며 "사랑한다"고 말했다.

공연 말미 '세이브 유어 티어스(Save Your Tears)'를 부르던 중 그는 "한국, 절대 이렇게 늦게 돌아오지 않겠다. 약속한다. 난 곧, 곧 돌아올 거다. 떠나기 아쉽다. 더 길게 만나고 싶다"고 말해 박수받았다. 앙코르를 하러 다시 무대에 나와서도 그는 "코리아, 아이 러브 유!"라며 사랑을 고백했다.

지난 8일 2회차 공연에는 '원 오브 더 걸스(One Of The Girls)'로 협업했던 그룹 블랙핑크 제니가 게스트로 출연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공연은 위켄드의 스타디움 투어 '애프터 아워스 틸 던(After Hours Til Dawn)' 일환으로 진행됐다. 현대카드가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공연을 국내에 선보이는 프로젝트인 '슈퍼콘서트'를 통해 성사됐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는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이를 통해 비욘세, 에미넴, 폴 매카트니, 콜드플레이 등 44팀이 처음으로 한국 관객과 만났다. 2007년 첫 공연 이후 슈퍼콘서트를 찾은 관객은 이번 위켄드 공연까지 누적 약 73만5000명에 이른다. 10만명 규모의 공연은 2017년 콜드플레이와 2023년 브루노 마스, 올해 위켄드까지 세 차례 열렸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