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분기 기준 영업이익 100조원을 넘어섰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테크기업 중 분기 영업이익이 100조원을 넘어선 건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미국 빅테크 중심의 AI 인프라 증설 열풍이 이어지면서 반도체 호황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만 ‘AI 고점론’과 금리 인상 기조 등에 따른 수급 변화 가능성은 변수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95조원,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으로 각각 잠정 집계됐다고 8일 발표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26.6%, 영업이익은 782.5% 급증했다. AI 기반 투자정보 플랫폼 에픽AI 컨센서스인 매출 202조원, 영업이익 108조원에도 부합하는 수준이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254조1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최근 분기 영업이익 85조4000억원),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54조6000억원), 마이크로소프트(54조4000억원) 등을 제치고 글로벌 테크기업 왕좌에 올랐다. 단일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돌파는 우크라이나전쟁 당시인 2022년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약 116조원) 이후 두 번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20조원을 넘어선 이후 네 분기 연속으로 실적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처음 넘은 2013년 3분기(10조1636억원)와 비교하면 12년 만에 규모가 10배로 불어났다. 당시엔 갤럭시S4 시리즈의 흥행으로 모바일 부문(IM)이 6조4000억원을 벌어들인 영향이 컸다.
역대급 실적을 견인한 일등 공신은 반도체(DS)부문 메모리사업부다.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생산이 본격화됐고, HBM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고성능 메모리 판매가 대폭 확대된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370조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에픽AI 기준)는 559조원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AI 인프라 투자가 막 본궤도에 올랐기 때문에 이번 100조원 돌파는 장기 슈퍼사이클의 시작점에 가깝다”며 “다만 내년 글로벌 반도체 수급과 공급망에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1년도 안 돼 이익 5배 뛴 삼성전자…매일 1.2조씩 벌었다
엔비디아 제치고 빅테크 1위…"내년엔 560조 번다"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시대’라는 새 역사를 썼다.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이익 10조원을 처음 넘어선 것은 2013년 3분기였다. 당시만 해도 반도체 사업 비중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갤럭시S4 시리즈 흥행에 힘입어 모바일(IM) 부문이 실적을 견인했고 반도체 부문은 영업이익 2조원을 달성하는 데 그쳤다.
반도체 부문이 모바일·가전 부문보다 돈을 더 벌기 시작한 건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은 2017년 2분기부터다. 영업이익 8조원을 기록한 반도체 사업은 역대 최대 전사 실적을 이끌었다. 이후 2023년 반도체 사업은 다운사이클을 지나며 적자 전환하는 등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활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20조원을 돌파한 뒤 이번에 100조원 고지를 밟기까지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는 삼성전자가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를 세계 최초로 납품하는 데 성공하며 기술 경쟁력을 회복한 동시에 메모리값이 폭등한 결과다. 그 덕분에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엔비디아 등 빅테크를 따돌리고 영업이익 세계 1위 기업에 올랐다. ◇ 메모리 영업이익 112조원 추정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107조4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발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82.5%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매출은 86.1% 늘어난 195조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약 55.1%에 달했다.
일등 공신은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메모리사업부다. 부문별 세부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선 DS 부문 매출은 195조원, 영업이익은 110조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에서만 지난 3분기 하루평균 1조2000억원가량을 벌어들인 셈이다. 영업이익 10조원을 처음 넘어선 2013년 3분기 당시 반도체 영업이익이 2조원이던 것과 비교하면 반도체 부문에서만 13년 만에 영업이익이 55배로 늘어났다. 주력인 메모리 부문 영업이익은 112조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실적 랠리는 HBM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 판매 비중 확대와 범용 메모리 가격의 연이은 상승세가 맞물린 결과다. 삼성전자는 올해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하며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적인 범용 메모리 품귀 현상이 겹쳐 가격 상승세도 가파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4분기 범용 D램 가격이 전 분기 대비 10%, 낸드는 15%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시장 환경 변화 주시해야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은 370조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4분기엔 HBM4가 실적 확대를 이끌 전망이다. 그간 고전하던 시스템LSI 및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부도 적자 폭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에픽AI에 따르면 내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59조원에 이른다.
사상 최대 호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 환경 변화를 주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AI 인프라 투자가 본궤도에 올라 장기 슈퍼사이클 기대가 높아졌지만 내년 하반기 이후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주요 반도체 기업의 대규모 설비투자 증설 물량이 내년 하반기부터 시장에 쏟아지면 현재의 극심한 공급 부족 현상이 빠르게 해소되면서 제품 가격이 안정화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빅테크가 높아진 금리와 그에 따른 투자 비용 대비 수익성을 고려해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증설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변수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난이 해소돼 수요 증가세에 제동이 걸리면 메모리 기업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채연/노유정/원종환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