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을 거듭할수록 진실이란 무엇인지, 진실의 정의조차 이 시대엔 변한 게 아닌지 자문하고 있어요.”
배우 문소리(52·사진)가 최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연극 ‘에너미’에 임하는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서울시극단의 신작 ‘에너미’는 헨리크 입센의 1882년 고전 ‘민중의 적’을 스코틀랜드 극작가 키어런 헐리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19세기말 신문과 집회가 이끌던 여론의 무대를 현대의 SNS와 실시간 라이브 방송으로 옮겼다.
이준우 연출(서울시극단장)은 전작 ‘빅마더’에 이어 이번에도 미디어 알고리즘과 사회의 분열을 조명한다. 그는 “SNS를 통해 누구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지만, 이익과 혐오가 얽히면서 진실은 오히려 흐려졌다”며 “진실을 말한 개인이 공동체로부터 공격받고 재판대에 오르는 끔찍한 공포감을 생생히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원작의 온천 개발은 대형 친환경 리조트 건설로, 인쇄업자는 유튜버로 탈바꿈했다. 형제 갈등은 자매 대결이 됐다. 활동가 출신 커스틴은 리조트 개발에 따른 수질 오염을 폭로한 뒤 24시간도 안 돼 ‘민중의 적’으로 몰린다. 그와 맞서는 언니는 시장 보니다. 배우 문소리와 이봉련(45)이 커스틴 역을 나눠 맡았다.
번역과 윤색을 맡은 강훈구 작가는 인물의 성별을 바꾼 이유에 대해 “동시대 여성이 사회적 난관에 부딪혔을 때 언론과 SNS에서 더 가혹한 비난을 받는 현실을 반영하고자 했다”며 “하루아침에 영웅이 됐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시대에 ‘누가 진짜 민중의 적인가’를 관객과 함께 되묻고 싶다”고 했다.
공연은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