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BTS)을 중심으로 K팝의 글로벌 영향력이 커지고 있으나 엔터테인먼트 관련주는 부진의 늪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엔터사마다 간판급 아이돌 그룹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이 할인 요인으로 작용해 시장에서 소외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내년부터 '저연차 지식재산권(IP)'의 이익 기여가 커지면서 실적 개선세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엔터 대장주 하이브는 지난 8일 1.32% 내린 16만4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한 달간 8.9% 하락했고 올해 들어서는 50.09% 급락한 수준이다. 다른 엔터주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JYP엔터가 올해 들어 46.01% 밀렸고 에스엠과 와이지엔터테인먼트가 각각 42.22%, 41.14% 떨어졌다.
주가가 연일 하락하자 상당수 개인투자자도 평가손실을 보고 있다. 네이버페이 '내자산' 서비스에 따르면 하이브 투자자 1만7263명의 평균 매수가는 25만5954원으로 평균 손실률은 35.97%에 달했다. JYP엔터(1만2297명) 에스엠(3254명) 와이지엔터(4244명) 투자자의 평균 손실률도 각 ?36.5%, -32.31%, -17.49%로 집계됐다.
하이브 온라인 종목 토론방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3분기 실적도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데 주가는 계속 하락하네요" 등의 아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K팝의 글로벌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BTS가 대표적 예다. 미국 빌보드에 따르면 BTS의 새 월드투어 '아리랑'(ARIRANG)은 팝 그룹 사상 처음으로 누적 매출 5억달러(약 6687억원)를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엔터사가 소수의 고연차 IP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8년차 이상의 IP는 재계약할 때 아티스트 수익 분배율이 높아져 수익성이 악화하는데, 현재 '세대 교체'를 이룰만한 저연차 그룹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의 가장 큰 우려는 메가 IP 활동 공백으로 실적이 역성장할 가능성"이라며 "대규모 매출의 지속 가능성과 마진 개선에 대한 의구심이 동시에 확대되며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디레이팅(평가절하)이 극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엔터사들의 3분기 실적은 대체로 시장의 예상에 부합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하이브·JPY엔터·에스엠·와이지엔터 등 4개사의 3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26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4.16%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투자심리 훼손과 업종 소외가 장기화한 상황으로 호실적마저 주가 반등의 재료가 되지 못할 것이란 게 증권업계의 판단이다.
증권가에서는 결국 주가 반등의 열쇠가 '세대 교체' 가능성에 있다고 진단한다. 엔터주 주가가 올해의 이익보다 향후 실적 성장을 설명할 새로운 내러티브(서사)에 힙입어 반등할 것이란 관측이다. 과거에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연출됐었다. 지난 2024년 엔터 4개사의 음반 판매량이 전년 대비 25% 감소해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가 확산했고 업종 주가수익비율(PER)은 15배까지 낮아졌다. 이를 반전시킨 건 분기 실적이 아니라 그룹 스트레이키즈의 대규모 월드투어 발표였다는 설명이다.
임수진 키움증권 연구원 "시장이 우려하는 수익성 하락세는 올해 바닥을 통과할 전망"이라며 "내년에는 세대 교체 성과에 따라 기업별 명암이 뚜렷하게 갈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고연차 IP가 대규모 투어로 이익의 하방을 방어하고 저연차가 성장을 넘겨받는 지금의 질적 전환기를 비중 확대의 명백한 기회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