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 기술 담당과 디자인, 두 파트가 차량 초기 (분위기가) 너무 치열했다고..."
지난 7일 경기 고양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열린 신형 투싼 테크데이에서 이 같은 말이 나왔다. 자동차에서 성형 기술은 평평한 철판이나 알루미늄 판을 원하는 부품으로 제작하는 기술이다. 오목하고 볼록한 굴곡의 깊이가 깊고, 부품이 길어질수록 성형 기술 난도가 높아진다. 이 때문에 성형 기술을 담당하는 연구원들은 5세대 신형 투싼 디자인을 처음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이전 세대 대비 볼드하고 더욱 대담해진 신형 투싼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서 극복해야 할 성형 기술 난제가 수두룩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신형 투싼 디자인을 양산차로 옮기기 위해 개발 초기 성형 기술 연구원과 디자인 연구원 간에 치열한 협의 과정이 있었다고 한다.
이날 열린 신형 투싼 테크데이에서는 현대차 성형검증선행생기팀, 성형개발팀 연구원이 이례적으로 발표자로 무대에 섰다. 이전 신차 테크데이에서 디자인, 개발 콘셉트나 파워트레인 및 안전 성능 등이 주요 주제였다면, 이번 차체 성형 기술은 다소 생소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형 투싼 디자인을 보고 성형 기술에 대한 질의가 많아 직접 설명하기 위해 테크데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끊임없는 도전과 협의...확 달라진 외관4세대 투싼과는 달리, 5세대 신형 투싼에서 성형 기술 한계에 도전한 부분은 익스텐디드 클램쉘 후드와 사이드 아우터 패널이다. 사이드 아우터 패널의 경우 뒷바퀴 위쪽의 차체 볼륨감이 이전 대비 20% 증가했다. 이 때문에 뒤에서 봤을 때 돌출 면적도 자연스럽게 넓어졌다. 익스텐디드 클램쉘 후드 또한 중앙을 평평하게 눌러주면서도 양쪽 볼륨감은 50% 확대하고, 길이 또한 15% 늘렸다. 클램쉘(조개) 모양으로 후드 양옆단이 측면까지 내려와 덮는 모양새다. 쉽게 말해 더 깊게 누르고, 길이도 더 길게 늘려야 하는 철판의 범위가 넓어진 것이다.
그렇다 보니 개발 초기 단계부터 끊임없는 성형 해석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이를 통해 찢어지거나 굴곡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를 미리 예측할 수 있었다. 신형 투싼은 다른 차종 대비 최소 3배 이상의 성형 해석과 검증이 진행됐다. 리어 펜더를 위한 사이드 아우터는 3배, 후드는 5배 이상의 해석이 이뤄졌다. 데이터 기반 분석, 수정, 검증 과정이 수없이 반복됐다. 이후 현대차그룹 내 축적된 프레스 가공 기술을 접목해 금형 구조를 개선하고, 디자인 설계 생산기술 등 유관부서가 협업해 성형 신공법까지 개발해 볼드한 디자인을 완성했다.
또 개발 초기 디자인팀이나 성형팀에서 상충되는 부분이 많아 각자의 목소리만 내다보니 문제가 생겨서, 지난해부터는 정기적으로 서로의 어려움을 나누고 해결하기 위한 별도의 협의체를 각 분야의 리더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해 직접 소통하는 자리까지 마련했다고 한다. 홍규선 현대성형개발1팀 책임매니저는 "2010년대 후반이 되면서 디자인이 차체 성형 관점에서는 너무 많이 어려워졌다"면서도 "디자인을 실현하는 것이 우리의 존재 이유다. 이전에는 성형성 위주의 차량을 개발했는데, 성형 기술이 발전하는 데 이바지한 것이 디자인이다"라고 했다.
도전 끝에 주목받는 현대차의 '아트 오브 스틸'이 같은 노력의 결과에 따라 신형 투싼 디자인은 외신의 극찬을 받고 있다. 특히 현대차가 새롭게 정의하고 있는 디자인 언어 '아트 오브 스틸'에 주목하며 신형 투싼이 기존의 도심형 크로스오버 이미지에서 벗어나 정통 SUV에 가까운 디자인으로 변신했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의 미국판 '인디펜던트'는 지난 1일 '랜드로버를 정조준한 신형 투싼'이라는 제목으로 기존보다 SUV 다운 인상이 강해졌다고 평가했다. 미국 모터트렌드는 '더 크고, 더 각지고, 더 대담하다'라는 제목으로 양산차가 아니라 콘셉트카처럼 보일 만큼 과감한 디자인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카스쿱스는 이전 세대와 전혀 다른 외관을 강조하며 '콘셉트카나 달 탐사차에 가까운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최태욱 현대외장디자인1팀 책임연구원은 "신형 투싼 양산화는 수많은 도전의 연속이었다"며 "스틸 고유의 강인함과 팽팽한 긴장감을 실제 차량 조형으로 표현하기 위해 철판의 인장 한계치까지 볼륨과 엣지를 구현했다"고 말했다. 이어 "끊임없는 도전과 변화 속에서 진화한 투싼이 더 풍부한 경험과 가능성을 전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고양(경기)=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