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3분기 수익률 -19.3%…대만으로 눈 돌린 글로벌 투자자

입력 2026-10-09 14:02


세계 증시가 다시 달아오르고 있는 와중에 한국 증시만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는 3분기 주요국 증시 중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반도체 수출이 급증하고 삼성전자도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시대를 열었지만 주가는 여전히 약세다.

문제는 수급이다. 상반기 코스피 상승세를 뒷받침했던 국민연금의 매도 유예 조치가 끝난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자금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 급등에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국내 증시를 떠받칠 새로운 매수 주체가 마땅치 않다는 분석이다.

코스콤 CHECK 등에 따르면 코스피는 올해 3분기 19.33% 하락했다. 같은 기간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는 8.32%, 홍콩 항셍지수는 7.57%, 대만 자취안지수는 3.93% 상승했다. 미국 나스닥지수와 S&P500지수도 각각 2.47%, 2.03% 올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3분기 대만과 한국 증시의 수익률 격차는 약 23%포인트로 2000년 이후 최대였다.

외국인들은 9월 1일부터 10월 2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 20조305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가운데 SK하이닉스 순매도액이 12조90억원, 삼성전자가 5조1860억원이었다. 코스피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39.66%까지 떨어졌다.

상반기 코스피는 가파른 상승세에 국민연금까지 수급을 떠받쳤다. 국민연금은 올해 초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14.4%에서 14.9%로 높이고 주가 상승에 따라 보유 비중이 목표치를 넘더라도 기계적으로 주식을 팔지 않도록 리밸런싱을 6월 말까지 유예했다. 주가가 급등하면 연기금은 미리 정해둔 자산배분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보유 주식을 팔아야 하지만 국민연금은 이 같은 매도를 유예하며 시장에 대규모 매물이 쏟아지는 것을 막았다. 외국인들이 차익실현에 나서는 동안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의 매도 압력이 억제된 것이다.

코스피 상승세가 예상보다 가팔라지자 국민연금은 5월 국내주식 목표 비중을 20.8%로 대폭 높였다. 전략적 자산배분 허용 범위도 확대했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이 30% 안팎까지 불어났을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7월부터 리밸런싱이 재개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국민연금은 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매도 속도를 조절하고 있지만 상반기처럼 비중 확대와 매도 유예를 통해 증시를 뒷받침하는 효과는 약해졌다. 실제로 리밸런싱 재개 첫날인 7월 1일 연기금은 코스피에서 2178억원을 순매도했다.

국민연금의 자산 감소도 두드러진다. 7월 말 기준 기금 적립금은 1684조173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81조4030억원 감소했다. 국내주식 평가액이 543조2040억원에서 418조5580억원으로 124조6460억원 줄어든 영향이 컸다. 국내주식의 연초 이후 누적 수익률도 107.37%에서 60.11%로 낮아졌다.

한국 증시가 외면받는 또 다른 이유는 AI 공급망의 구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10월 7일 한국과 대만 증시의 희비가 엇갈린 이유로 AI 공급망의 구조적 차이를 지목했다. 대만에는 반도체 설계와 제조, 첨단 패키징, 네트워크 장비, 서버 등 AI 산업 전반에 걸쳐 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반면 한국 증시의 상승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기업에 지나치게 집중돼 있다.

이익을 창출하는 방식도 다르다. 대만 기업들은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판매량 증가로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는 반면 한국 반도체 기업의 이익은 메모리 가격 상승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메모리 가격이 정점을 찍었다는 우려가 확산하면 실적 전망도 급격하게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증시 변동성을 증폭시킨 것도 투자심리를 훼손했다. 주가가 하락할 때 레버리지 비중을 줄이기 위한 기계적 매도가 쏟아지면서 낙폭이 커지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당국이 거래 규제를 강화하자 과열된 단기 거래는 진정됐지만 거래대금도 크게 감소했다.

고금리 역시 자금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10월 1일 장중 연 5.34%까지 올라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동 전쟁에 따른 고유가와 주요국 재정 불안이 맞물린 결과다.

메리츠증권은 높은 자금조달 비용을 감당할 만큼 이익을 늘릴 수 있는 기업에만 자금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10월 실적 발표가 코스피 반등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관건은 반도체 기업들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는 데 그치지 않고 내년과 내후년의 이익 전망까지 끌어올릴 수 있느냐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전체의 올해 이익 전망치는 최근 들어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원화 강세까지 겹치면서 수출 기업들의 실적 하향 우려도 커졌다. 특히 반도체 주가가 두 달째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로 이익 전망 상향 동력이 약해진 점을 꼽았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2028년 반도체 이익 전망치에 주목해야 한다”며 “올해와 내년의 실적 개선만으로는 부족하며 2028년까지 3년 연속 이익 성장이 이어질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