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낳고도 혼인신고는 나중에"…혼외 출생 늘어난 이유

입력 2026-10-08 10:29
수정 2026-10-08 10:40

실제 결혼식을 올리고도 혼인신고를 1년 넘게 미룬 부부가 지난해 전체 신고 부부의 20%에 육박했다. 혼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태어난 아이도 1만4000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정책대출 등에서 불리해지는 이른바 '결혼 페널티'가 혼인신고를 늦추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8일 뉴스1이 국가데이터처가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혼외 출생아는 1만4023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1만3827명보다 196명(1.4%) 늘어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1년 이후 가장 많았다.

혼외 출생아는 법률상 혼인 관계가 아닌 부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를 의미한다. 사실혼 관계이거나 결혼식을 올렸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출산한 경우도 통계상 혼외 출생에 포함될 수 있다.

혼외 출생아는 2012년 1만141명으로 처음 1만명을 넘어섰다가 이듬해 다시 1만명 아래로 내려갔다. 이후 2021년부터 5년 연속 증가해 2023년 1만857명, 2024년 1만3827명으로 늘었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전체 출생아 25만4341명 가운데 혼외 출생아가 차지한 비중은 5.5%였다. 역대 최고였던 2024년 5.8%보다는 0.3%포인트 낮지만 관련 통계 작성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변화가 더욱 뚜렷하다. 2015년 전체 출생아 가운데 혼외 출생아 비중은 1.9%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는 5.5%로 높아져 약 2.9배가 됐다.

수도권에서 혼외 출생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지난해 서울·인천·경기에서 태어난 혼외 출생아는 8420명으로 전국의 60.0%를 차지했다. 전체 출생아 중 혼외 출생 비중은 수도권이 6.1%로 비수도권 4.8%보다 1.3%포인트 높았다.

2015년에는 수도권의 혼외 출생 비중이 1.7%로 비수도권 2.0%보다 낮았지만 10년 사이 흐름이 뒤집혔다. 지난해 시도별 비중은 서울이 7.0%로 가장 높았고 인천 6.8%, 부산 6.7%, 광주 6.4%, 대구 6.0%, 세종 5.7% 순이었다.

반면 강원은 3.5%로 가장 낮았다. 제주 3.7%, 충남 3.9%, 경북 4.0%, 울산 4.1% 등도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최근 10년간 상승 폭은 서울이 5.2%포인트로 가장 컸고 부산도 5.1%포인트 올랐다.

혼인신고를 늦추는 부부도 빠르게 늘었다. 지난해 혼인신고를 한 24만326쌍 가운데 실제 결혼한 날로부터 신고까지 1년 이상 걸린 부부는 4만7096쌍이었다. 전체의 19.6%로 약 5쌍 중 1쌍에 해당한다.

결혼 후 1년 이상 지나 혼인신고를 한 부부는 2020년 2만7372쌍에서 2022년 2만9348쌍, 2024년 4만2273쌍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2020년의 약 1.7배가 됐다. 전체 혼인신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2.8%에서 19.6%로 6.8%포인트 높아졌다.

혼인신고를 미루는 배경 중 하나로는 소득과 재산을 부부 단위로 합산하는 정책지원 제도가 지목된다. 혼인 전에는 각자 받을 수 있던 대출이나 지원 혜택을 혼인신고 이후에는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디딤돌대출은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하는 미혼자에게 연 소득 7000만원 이하 기준을 적용한다. 신혼가구의 소득 기준은 부부 합산 8500만원 이하다.

각각 연봉 5000만원을 받는 부부를 가정하면 혼인 전에는 두 사람 모두 개인 소득이 7000만원 이하에 해당한다. 하지만 혼인신고를 하면 합산 연 소득이 1억원으로 계산돼 신혼가구 기준인 8500만원을 1500만원 초과한다. 버팀목 전세자금대출과 보금자리론 등 다른 정책금융 상품도 부부 합산 소득 기준을 적용한다.

문진석 의원은 "결혼으로 인한 불이익이 결혼 페널티 현상을 야기했고, 그 영향으로 혼외 출생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결혼이 불리한 선택이 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