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분계선(MDL)을 두고 한국군과 유엔사, 북한이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면서 접경지역의 긴장이 커지고 있다. 정밀한 좌표 없이 출발한 MDL은 70여 년간 서로 다른 선으로 굳어졌다. 북한이 병력과 시설을 MDL 가까이 밀어붙이면서 수십m 차이가 북한군의 월선 여부와 우리 군의 경고사격을 가를 수 있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군과 유엔사가 기준선 일치화에 나선 가운데 북한은 협의를 거부하고 있다.◇지도에선 1㎜가 현장에선 50m7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 확보한 1953년 정전협정 문서와 부속지도에 따르면 MDL은 1 대 5만 축척 지도 위에 선으로 표시돼 있다. 지도상 선 너비 1㎜가 실제 지형에서는 약 50m에 해당해 현장에 하나의 선으로 정밀하게 옮기는 데 한계가 있었다.
당시 MDL을 따라 설치한 표지 1290여 개는 70여 년이 지나 상당수가 쓰러지거나 유실됐다. 철책 역시 절벽과 계곡, 하천 등을 피해 세우면서 실제 MDL과 어긋난 구간이 있다. 전방 부대에서는 남은 표지뿐 아니라 산봉우리와 산봉우리를 잇는 식의 지형 기준도 오래전부터 인수인계됐다.
이런 한계 속에서 한국군과 유엔사, 북한은 서로 다른 기준선을 쓰게 됐다. 한국군은 2004년 미국 국가지리정보국(NGA)이 만든 군사지도상 MDL을, 유엔사는 2016년 2만여 개 좌표를 토대로 자체 조사한 MDL을 운영한다. 북한도 자체 경계선을 인식하는 것으로 군은 추정한다.
그동안 군은 현장 표지가 없고 한국군과 유엔사 기준이 다를 경우 더 남쪽 선을 적용해 충돌 가능성을 낮췄다. 하지만 북한이 2024년부터 병력과 철책을 MDL 가까이 밀어붙이자 이런 방식만으로 충돌 위험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25사단 지역에서는 북한 측 철책이 MDL에서 100m 안팎까지 접근한 구간도 있고 이번 지뢰 사고도 약 10m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 수십m 차이만으로도 월선 판단과 경고 사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軍·유엔사 선 맞추는데…北 “협상 없다”
군은 올해 초부터 유엔사와 MDL 기준선 일치화를 논의하고 있다. 한국군은 수십 년간 실제 경계해온 선과 작전 관행을 감안해야 한다. 공통 기준선이 지금보다 남쪽으로 잡히면 기존 작전 구역이 달라지고, 북쪽으로 잡히면 왜 그동안 더 남쪽을 기준으로 경계했느냐는 논란이 생길 수 있다. 반면 유엔사는 정전협정과 자체 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MDL 일대 기준선 차이를 두고 “북한도 유엔사도 우리 남측도 현장에서 한 번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남북 군사회담을 통한 MDL 기준선 일치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지만 북한은 협의를 거부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6일 군사주권 문제를 한국과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철저한 힘의 행사로 주권영역을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우리 영토를 1㎜라도 침범한다면 즉시적이며 강력한 대응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2015년 목함지뢰 사건 때 ‘전면전 불사’를 내세운 것과 달리 이번에는 ‘1㎜ 침범’을 군사 대응 조건으로 제시한 점에 주목했다.
한·유엔사가 기준선을 하나로 맞춰도 북한이 자체 경계선을 고수하면 같은 지점을 놓고 남측은 월선으로, 북한은 자기 영역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때 현장에서 경고사격과 대응사격이 맞물려 우발적 충돌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