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조 규모 담합 의혹…SK에너지·HD현대오일뱅크 공정위 제재 착수

입력 2026-10-07 12:51
수정 2026-10-07 13:02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가 휘발유·경유·등유 가격과 판매 정보를 약 4년간 공유하고 일부 판매가격을 합의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심판대에 올랐다.

공정위 심사관이 추산한 관련 매출액만 약 44조1000억원에 달한다.

공정위 사무처는 두 회사의 담합 혐의와 관련해 위법 사실과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하고 피심인에게 송부했다고 7일 밝혔다. 심사보고서 제출·송부는 위원회 심의 절차가 시작됐다는 의미다.

심사관은 두 회사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인 2022년 2월부터 미국-이란 전쟁 직후인 올해 3월까지 약 4년간 입금가와 확정가, 판매 정책 등의 정보를 교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 이후에는 판매가격인 입금가를 두 차례 명시적으로 합의한 혐의도 적용했다.

정유사는 주유소에 입금가를 적용해 석유제품을 공급한 뒤 다음 달 확정가를 정해 두 가격의 차액을 사후 정산한다.

입금가와 확정가는 주유소 판매가격과 소비자 구매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할인이나 일정 기간 가격을 보장하는 판매 정책 역시 최종 가격에 영향을 준다.

국내 휘발유·경유·등유 시장은 정유 4사가 지난해 기준 약 98%를 차지하는 과점시장이다. SK에너지의 점유율은 28.1%, HD현대오일뱅크는 21.0%로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이 49.1%에 이른다. GS칼텍스와 S-OIL의 담합 가담은 확인되지 않았다.

오행록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전쟁 상황에서 국제유가가 급변한 점이 정보교환을 시작하게 된 계기로 작용한 것 아닌가 보고 있다"며 "과점 체제이지만 2개 사의 점유율이 50% 정도여서 시장경쟁 질서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심사관은 두 회사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상 가격담합과 정보교환을 위반한 중대한 위반행위라고 판단했다. 담합으로 영향을 받은 관련 매출액은 약 44조1000억원으로 추산했다. 하루 평균 약 300억원 규모다. 심사관은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 의견을 제시했다.

검찰도 앞서 두 회사의 가격 담합 혐의를 수사해 재판에 넘겼다.

수사 과정에서는 두 회사 임직원이 공정위 현장조사 일정을 미리 파악하고 전산 자료와 메신저 대화를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에 나섰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오 국장은 "조사 정보 관리가 미흡했는지 (공정위) 감사담당관실에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공정위 내부에서 정보가 유출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는 심사보고서 수령일로부터 8주 이내에 서면 의견을 제출하고 증거자료 열람·복사를 신청할 수 있다. 공정위는 방어권 보장 절차가 끝나는 대로 위원회를 열어 최종 판단을 내릴 방침이다.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는 공정위 심의에서 담합 의혹과 관련한 사실관계와 회사 입장을 적극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