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i-dle) 소연의 솔로곡 ‘퇴사할게여’가 최근 음원 차트 최정상을 석권하고 있다. 눈여겨볼 것은 누가 이 노래를 듣느냐이다. 이 경쾌한 퇴사송에 열광하고 있는 사람들은 ‘직장인’들, 그중에서도 갓 입사한 신입이 아니라 실무 중간층이다. 10월 초 멜론에서 확인한 이 곡의 감상 비율은 30대가 35%, 40대가 31%로 아이돌 출신의 아티스트 치고는 기성세대가 이 곡의 인기를 견인하는 점이 의외다.
이 곡은 우리 사회에 날카롭고도 유쾌한 화두를 던졌다. 지난 9월 직장인 1158명 중 44.3%가 추석 연휴에 이직을 준비하겠다고 답했다는 잡코리아의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30대에서는 그 비율이 63.9%까지 올라갔다. 유튜브의 공식 영상 댓글도 고된 직장 생활에 지쳤다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이 노래가 건드린 것은 실행이 아니라 상상이다. 44.3%라는 숫자도 떠나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준비하겠다는 응답이다. 직장인 대부분은 다음 날 아침에도 같은 자리에 앉으며 언젠가의 낭만을 상상할 뿐이다.
경제학자 앨버트 허시먼은 1970년 저서 ‘이탈, 항의, 충성’에서 조직에 불만을 가진 구성원이 택하는 길을 이탈과 항의로 나눴다. 이탈은 불만 있는 구성원이 나가는 것, 항의는 조직 안에서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며 충성도는 이 둘 사이에서 구성원의 선택을 중재하는 역할을 한다.
어쩌면 항의할 통로가 좁은 조직에서 불만이 이어폰 속에서 소비되는 것은 아닐까. 사직서를 품고 근무하는 직장인들을 이대로 품기에 조직이 영속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너무 많고 시급하다. 퇴사송이 1위인 시대, 리더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신호·대화·변화’의 세 단계로 살펴보자.
①이탈률이 아니라 이탈을 참는 신호 주목
이탈률이나 퇴사율은 틀린 지표는 아니지만 늦은 지표다. 노래 속 화자는 ‘수백 번을 참았다’며 퇴사가 충동적이지 않음을 짚어준다. 이미 다 끝난 후의 퇴직 면담으로는 구성원의 ‘오래 참음’을 알 수 없다.
리더들은 구성원이 참는 동안 새어 나오는 작은 신호를 알아채야 한다. 회의에서 의견을 내던 팀원이 “네”로만 답하기 시작하는지. 반대 의견은 사라지고 질문이 줄어드는지. 갑작스러운 추가 업무에도 별다른 이유를 묻지 않는지. 그리고 또 하나 ‘일 때문에 개인 약속을 번번이 미루지는 않는지’.
이런 작은 신호들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조용해진 팀원은 소리 없이 조직에서 단절되고 고립되기 때문이다. 올해 6월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서 퇴사 브이로그 314편을 분석한 결과 퇴사의 직접적 원인은 ‘관계’로 드러났다. 리더가 소통하지 않는 팀원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리더는 신호를 알아채기 위해 꾸준히 관찰하고 기록해야 한다.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팀원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말수가 줄었는지, 질문이 사라졌는지, 표정이 달라졌는지, 일 때문에 자기 삶을 양보하고 있다고 말하지 않는지 짧게 적어보자. 그런 후에야 비로소 의미 있는 대화가 가능하다.
②충성도의 단서를 질문하라
노래 중반 화자는 퇴사하니 밥 먹자며 약속 취소할 일 없다고 신나게 계획을 늘어놓는다. ‘또 거짓말’이라는 내레이션처럼 사실 다들 안다. 대부분 퇴사를 말하면서도 남는다는 것을.
구성원에게 머무는 이유를 확인하는 ‘스테이 인터뷰’가 필요한 이유다. ‘스테이 인터뷰’를 위해 따로 조사를 하거나 제도를 만들 필요도 딱히 없다. 이미 많은 조직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는 1on1 면담을 활용하면 된다.
‘오래 참음’ 신호가 나타나는 구성원과의 1on1 면담에서 리더는 질문할수록 좋고 질문은 단순할수록 좋다. 최근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는지, 그때 나를 붙잡은 요인은 무엇이었는지, 리더가 무엇을 바꾸면 이 조직에서 일하기 더 좋아질지를 구성원에게 묻자. 이 질문에 솔직한 답변이 바로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다. 오래 참은 구성원에게는 리더가 이런 질문을 먼저 꺼낸 것 자체가 조직에 남을 이유가 된다.
오래 참은 구성원을 위한 1on1은 ‘말하는 것’이 ‘떠나는 것’보다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돕는 시간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리더는 구성원의 답변이 평가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구성원이 용기 내어 업무량이나 일하는 방식에 대해 목소리를 낼 때 경청하며,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 나가면 좋을지 그의 의견도 함께 구해야 할 것이다.
③작은 것 하나라도 바꿔라
노래 후반 퇴사를 결심한 화자는 ‘오늘만은 나를 붙잡지 말아달라’고 부탁한다. 리더가 귀담아 들어야 할 대목이다. 떠나려는 사람을 말로 붙잡을 수 없는 일이다.
1on1 면담에서 들은 이야기 가운데 하나를 골라 다음 면담 전까지 실제로 바꾸어 보여주자. 대부분 구성원이 원하는 변화는 거창하지 않다. 반복되는 보고 양식 하나를 줄이거나 특정 팀원에게 몰린 일을 나누거나 늘 마지막에 확정되는 것을 먼저 공유하는 정도로도 충분할 때가 많다. 구성원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변화의 크기가 아니라 ‘말했더니 바뀌었다’는 경험이다.
구성원이 꿈꾸는 미래를 묻고, 지금 이 조직과 업무 안에서 미래로 가는 경로에 필요한 지원들을 약속하자. 예를 들면 새로운 프로젝트 참여, 관심 분야에 대한 학습 기회, 다음 단계를 위한 경력 설계 같은 것들이다. 성장과 발전의 경로가 보인다면 구성원도 남을 이유가 충분해진다.
이 노래의 화자가 진짜 바라는 것은 퇴사가 아니라 ‘삶의 주도권’이다. 화자는 ‘퇴사할게여’로 시작하지만 ‘내가 바란 삶이 무엇이었는지’, ‘내 버킷리스트는 무엇인지’, ‘훗날 낭만으로 기억될 선택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있다.
이 곡에 열광하는 30~40대 직장인, 그들 중에는 리더들도 있다. 겉으로는 웃으며 속으로는 ‘대출만 아니었다면, 자식만 아니었다면, 로또만 됐더라면’ 하며 가슴 한편 사직서를 품고 있지는 않은가. 위로는 성과 압박, 아래로는 구성원의 불만이 버겁지 않은가.
구성원들은 리더인 당신을 통해 자신의 미래를 본다. 구성원들이 ‘삶의 주도권’을 잃은 미래를 꿈꿀 리 없다. 리더가 ‘삶의 주도권’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 리더는 무엇보다 내가 일을 하는 이유와 의미와 보람을 구성원에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한 가지 더 추천하자면 운동, 가족, 여행 무엇이든 나만을 위한 루틴을 갖는 것이다. 자기 삶을 건강하게 바로 세운 리더를 볼 수 있다면 구성원들도 조직에 남을 희망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양신혜 IGM세계경영연구원 기업가치혁신본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