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해외 수요 둔화 우려 커진 미 국채 시장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의 창업자 레이 달리오가 중국과 일본의 미국 국채 수요가 줄어들 경우 미 국채시장이 더 취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대규모 재정적자와 만기 도래 국채를 메우기 위해 계속 국채를 발행하는 상황에서 주요 해외 매수자까지 물러나면, 더 높은 금리로 투자자를 유인해야 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달리오는 6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블룸버그TV와 인터뷰하며 미국이 부채 조달에서 해외 자본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일본과 중국의 미 국채 보유 축소를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은 경제적 이유뿐 아니라 미·중 간 지정학적 갈등으로 미 국채 보유를 계속 늘리기 어려울 수 있다고 봤습니다.
미국 중앙은행(Fed)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말 시장성 미 국채 보유액은 약 29조달러입니다. 이 가운데 해외 투자자 보유액은 약 9조2690억달러로 전체의 약 32%를 차지했습니다. 시장성 국채 3장 가운데 1장을 해외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는 셈입니다.
해외 투자자 다음으로는 Fed가 약 4조830억달러, 전체의 14.1%를 보유했습니다. 머니마켓펀드는 3조2820억달러로 11.3%, 가계와 비영리기관은 2조8310억달러로 9.8%를 보유했습니다. 상업은행은 1조7990억달러, 뮤추얼펀드는 1조7410억달러를 보유했습니다.
해외 수요가 줄면 미국 정부가 새로 발행하는 국채 물량을 국내 민간 투자자가 더 많이 떠안아야 합니다. 수요가 충분하지 않으면 국채 가격은 하락하고 금리는 상승할 수 있습니다. 달리오가 우려하는 것은 중국과 일본이 보유 국채를 대규모로 매도하는 경우만은 아닙니다. 새 국채를 과거만큼 적극적으로 사지 않는 상황도 금리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Fed가 양적긴축(QT)을 통해 보유 국채를 줄이는 점도 부담입니다. 과거에는 Fed와 해외 중앙은행이 금리 변화에 비교적 덜 민감한 대규모 매수자 역할을 했습니다. 이들의 수요가 줄면 머니마켓펀드, 은행, 연기금, 보험사, 헤지펀드 등 수익률과 변동성에 민감한 민간 투자자가 더 많은 물량을 소화해야 합니다.
다만 이에 대한 반박도 만만치 않습니다. 미국 정부가 모든 부채를 당장 현재의 높은 금리로 다시 빌려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 국채의 가중평균 만기는 약 5.9년입니다. 기존 국채가 만기를 맞을 때마다 차환되기 때문에, 시장금리 상승이 정부 전체 이자비용으로 반영되는 데는 시간이 걸립니다. 단기 국채를 제외한 미 국채의 평균 표면금리도 아직 약 3.1%입니다.
미국의 명목 경제성장률이 정부부채 평균 이자율보다 높은 점도 완충장치입니다. 미국의 올해 2분기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연율 8.5%였습니다. 다만 이 수치가 연율 환산이라는 점에서, 높은 성장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2. 원유가 내려도 디젤값은 높은 이유
골드만삭스는 세계 정유시설 공급 제약이 이어지면서 디젤과 항공유 가격이 2027년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원유 공급이 회복되더라도 이를 디젤·항공유로 바꾸는 정유 능력이 부족하면 석유제품 가격은 쉽게 내려가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골드만삭스는 2027년 세계 디젤과 항공유의 크랙스프레드가 배럴당 평균 40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평소 수준인 약 20달러의 두 배입니다. 크랙스프레드는 원유 가격과 원유를 정제해 만든 디젤·항공유 가격의 차이입니다. 원유 가격이 안정되더라도 정유시설이 부족하면 디젤 가격은 높은 수준에 머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원유 흐름이 정상화되면서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약 80달러에서 안정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그러나 원유를 충분히 확보하더라도 이를 석유제품으로 가공할 정유공장이 부족하면 주유소 디젤 가격은 빠르게 낮아지기 어렵습니다.
현재 글로벌 정유 능력은 오히려 줄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 중국을 제외한 지역의 정유 능력이 하루 약 30만배럴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새 정유시설 증가분보다 노후 시설 폐쇄와 가동 중단 물량이 더 많다는 뜻입니다.
중동에서는 하루 약 200만배럴 규모의 정유 능력이 여전히 멈춰 있습니다. 러시아 정유시설 손상도 디젤 공급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미국 정유업체들은 높은 가동률로 공급 부족을 메워 왔지만, 미뤄 둔 정비가 진행되면 일시적으로 가동량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주요 7개국(G7)은 지난 3일 원유와 석유제품 비축분 1억배럴을 4개월에 걸쳐 방출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첫 20일 안에 디젤을 우선 방출하기로 했습니다. 발표 이후 유럽 가스오일 선물 가격은 5.75% 하락했습니다.
다만 비축유 방출은 단기 처방에 가깝습니다. 저장해 둔 물량을 시장에 내놓는 조치일 뿐, 새 정유시설을 짓거나 가동이 중단된 정유시설을 복구하지는 못합니다. 향후 각국이 비축분을 다시 채워야 하는 만큼, 수요가 유지되면 재고 재축적 수요가 디젤 시장 부담을 더 길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한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높은 연료비를 낮추기 위해 적색 경유 사용을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허용했습니다. 적색 경유는 농기계나 건설장비용으로 쓰이는 면세 경유입니다. 일반 도로용 디젤과 성분은 비슷하지만, 도로용 연료세를 내지 않은 연료임을 구분하기 위해 붉은 염료를 넣습니다.
일반 도로용 디젤에는 갤런당 24.4센트의 연방 소비세와 주정부 연료세가 붙습니다. 이 세금은 고속도로·교량·도로 보수 등 교통 인프라 재원으로 사용됩니다. 이번 조치로 트럭 운전사와 농민은 연말까지 도로용 연료세가 면제된 적색 경유를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3. 엔비디아, 성장주이면서 가치주로 재평가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칩 수요 확대와 강한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성장주이면서도 가치주 성격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대규모 자사주 매입과 낮아진 밸류에이션 부담까지 더해지며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 28% 상승했습니다. 시가총액은 올해에만 약 1조2000억달러 늘어 약 5조8000억달러에 근접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엔비디아가 2027회계연도에 매출은 약 90%, 순이익은 두 배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데이터센터와 AI 칩 투자를 이어가면서, 높은 금리에도 엔비디아 제품 구매를 크게 줄이지 않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엔비디아는 기존 자사주 매입 계획에 1500억달러를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AI 인프라 투자에 막대한 자금을 쓰면서도 자사주를 사들일 수 있을 정도로 현금 창출력이 강하다는 뜻입니다.
고금리 환경은 통상 성장주에 불리합니다.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의 현재 가치가 낮아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5년 뒤 100달러를 벌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금리가 2%일 때보다 10%일 때 투자자가 오늘 지불하려는 가격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높은 금리에서는 안전자산인 국채만으로도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AI 칩 수요와 이익 증가 속도가 워낙 빠르다는 점이 금리 부담을 상쇄하고 있습니다. 이미 막대한 매출과 현금을 창출하고 있는 데다 이익도 빠르게 늘고 있어, 고금리와 경기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실적이 검증된 초대형 기술주로 자금이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주가가 예상보다 비싸지 않다는 점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향후 12개월 예상 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17배로, S&P500 평균인 약 19배보다 낮습니다. 주가수익성장비율(PEG)도 이익 성장률을 고려하면 부담이 크지 않은 수준으로 평가됩니다.
메타의 AI 에이전트 ‘뮤즈’ 등 AI 서비스가 실제 업무에 더 널리 활용되면 데이터 처리량과 데이터센터 투자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엔비디아는 고성능 AI 칩 시장의 핵심 기업인 만큼 이 흐름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힙니다.
다만 엔비디아는 이미 세계 최대 기업 중 하나입니다. 시가총액이 큰 만큼 주가가 더 오르려면 이전보다 훨씬 큰 매출 증가와 실적 개선이 필요합니다. AI 인프라 투자가 계속 이어질지, 빅테크 기업들이 AI 서비스에서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을지가 앞으로 핵심 변수입니다. 4. 골드만 “연말에 더 오른다”
골드만삭스의 헤지펀드 담당 책임자인 토니 파스콰리엘로 전략가는 현재 시장 환경이 시장 일각의 우려만큼 비관적이지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S&P500지수가 올해 말 현재보다 높은 수준에서 마감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는 미국 경제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고 기업 실적이 강하며,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고 AI 인프라 투자 붐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보다 약 0.5% 낮은 수준인 만큼, 매우 강한 낙관론이라기보다 완만한 상승 전망에 가깝습니다.
국채금리 상승은 일부 업종에는 분명한 부담입니다. 소형주, 주택건설주, 유틸리티주,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바이오테크주, 적자 기술주는 금리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미래 이익의 현재 가치가 낮아지고 대출금리도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다만 파스콰리엘로 전략가는 최근 국채금리 상승을 주식시장을 무너뜨릴 ‘파괴력’이 아니라 상승세를 방해하는 ‘역풍’으로 해석했습니다. 그 근거로 S&P500의 밸류에이션 하락을 들었습니다. S&P500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지난 1년간 약 23배에서 19배로 낮아졌습니다. 금리 상승 위험이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됐다는 의미입니다.
골드만삭스는 S&P500 기업들의 3분기 주당순이익(EPS)이 전년 동기보다 27%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도 이익이 이 정도로 증가한다면 주식시장을 지탱할 수 있다는 판단입니다.
다만 이익 증가는 기술주와 에너지주에 집중돼 있습니다. S&P500 이익 증가분의 약 80%가 두 업종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AI 인프라 관련 종목이 전체 이익 증가분의 절반을 이끌고, 엔비디아와 마이크론 두 회사가 전체 증가분의 약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AI 관련 기업의 밸류에이션도 낮아졌습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AI 관련 기업의 중간값 기준 선행 PER은 올해 4월 약 32배에서 현재 약 22배로 하락했습니다. 주가가 올랐더라도 이익 전망이 더 빠르게 개선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줄었다는 뜻입니다.
파스콰리엘로 전략가는 변동성에 대비한 풋옵션도 현재 비교적 저렴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변동성지수(VIX)가 올해 저점과 1포인트 안팎 차이에 머물면서 하락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료가 낮은 수준이라는 설명입니다. 상승 전망을 유지하되 금리 급등이나 돌발 악재에 대비해 풋옵션을 활용할 수 있다는 조언입니다. 5. 메타 ‘뮤즈’ 확산에 AMD·인텔 CPU 수요 기대
메타의 개인용 AI 에이전트 ‘뮤즈’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AMD와 인텔 등 중앙처리장치(CPU) 업체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생성형 AI 시장은 그동안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주도했지만, AI 에이전트가 실제 업무를 수행하려면 CPU와 메모리 수요도 함께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건스탠리는 뮤즈가 2026년 AMD 칩 매출의 약 20%를 차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AI 투자 수혜가 GPU 중심에서 CPU 업체로 넓어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뮤즈는 출시 한 달여 만에 다운로드 수가 500만건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챗봇과 달리 이용자를 대신해 계획을 세우고, 웹사이트를 방문하며, 파일을 정리하고, 여러 프로그램을 장시간 실행하는 개인 AI 에이전트입니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별 가상 컴퓨터가 필요합니다. 이용자가 뮤즈에게 항공권 비교나 파일 정리를 요청하면, 뮤즈가 이용자의 휴대폰이나 노트북을 직접 조작하는 것이 아닙니다. 메타 데이터센터 안에 이용자용 가상 컴퓨터를 배정하고 그 안에서 브라우저를 열어 업무를 수행합니다. 이용자마다 잠시 빌려 쓰는 ‘보이지 않는 노트북’이 생기는 것과 비슷합니다.
GPU와 CPU의 역할은 다릅니다. GPU는 AI 모델을 돌려 요청을 이해하고, 다음 행동을 판단하며, 답변을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CPU는 가상 컴퓨터에서 브라우저를 열고 웹페이지를 불러오며 파일을 저장하고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실제 작업을 맡습니다. GPU가 ‘두뇌’라면 CPU는 ‘손과 발’에 가깝습니다.
AI 에이전트가 늘수록 이런 가상 컴퓨터를 더 많이 운영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GPU에서 CPU로 넘어가는 작업량도 증가할 수 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뮤즈의 사용자 1명당 월간 운영비가 AI 모델 사용량에 따라 3~130달러, 평균 약 37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AMD와 인텔에는 호재입니다. 두 회사는 서버용 CPU 시장의 강자였지만, 챗GPT 등장 이후 GPU 중심으로 재편된 AI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에 가려졌습니다. 그러나 개인 AI 에이전트가 확산하면 CPU 수요가 다시 커질 수 있습니다.
AMD와 인텔 주가는 최근 한 달간 각각 32%, 21% 상승했습니다. AMD는 CPU와 GPU 사업이 함께 성장하면서 시가총액 1조달러 기업 반열에 올랐습니다. 메타 뮤즈는 AMD 칩 기반 가상 컴퓨터에서 작동한다고 안내하고 있으며, 오픈AI의 ‘닷츠(Dots)’도 AMD의 에픽(EPYC) CPU 기반 가상 컴퓨터에서 실행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메타와 오픈AI는 특정 CPU 업체 한 곳에만 의존하지는 않습니다. 메타는 여러 종류의 CPU를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설계했다고 밝혔습니다. 아마존,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클라우드 기업도 AMD·인텔 CPU와 함께 Arm 설계 기반 자체 CPU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엔비디아 역시 서버용 CPU ‘베라(Vera)’를 공개하며 CPU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다만 기존 클라우드 고객 기반과 x86 생태계를 고려하면 AMD가 AI 에이전트 확산의 큰 수혜를 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CPU는 고성능 GPU보다 가격이 낮지만, AI 에이전트 이용자가 빠르게 늘어나면 필요한 서버 수가 크게 증가할 수 있습니다. AMD는 전체 CPU 시장이 2030년 220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