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역사 왜곡 논란이 출연 배우의 광고 활동과 정부·보수단체 간 공방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버거킹은 주연 배우 유해진이 모델로 나선 신메뉴 광고 캠페인을 종료했다. 보수단체는 버거킹 본사 앞에서 불매 집회를 연 데 이어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버거킹은 6일 공식 홈페이지에 "버거킹의 캠페인 모델은 모두 일회성 계약으로, 트머와(트러플 머쉬룸 와퍼) 모델의 활동 일정은 종료됐다"고 공지했다. 버거킹은 지난달 가을 신메뉴 '트러플 머쉬룸 와퍼'를 내놓으며 유해진을 모델로 기용했다. 배우 이름과 '뉴(NEW)'를 합친 "올가을 뉴-해진 트머와"라는 문구로 홍보했다.
영화가 논란에 휩싸이자 온라인에서는 유해진이 광고하는 제품을 사지 말자거나 모델 계약을 해지하라는 요구가 잇따랐다. 유튜브 광고 영상에 악성 댓글이 쏟아져 댓글 기능이 중지되기도 했다. 다만 버거킹 측은 이번 결정이 영화 논란과는 관계없다고 밝혔다. 버거킹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유해진 배우와 함께한 신제품 캠페인은 당초 계획한 일정에 따라 마무리하는 것으로, 최근 상황의 영향에 따른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보수단체 신자유연대와 벨라도는 서울 종로구 버거킹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암살자들 불매", "유해진과 버거킹은 공범이다", "버거킹 불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버거킹에 유해진과의 모델 계약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신자유연대는 이날 오전 최 장관을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지방중수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단체 측은 "평화로운 규탄 집회를 열었고 유해진은 자택에 있지도 않아 배우에 대한 협박을 한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최 장관이 마치 단체가 배우를 협박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퍼뜨려 명예를 크게 훼손했다는 것이다.
갈등의 발단은 지난 4일 보수 성향 단체 회원들이 유해진의 자택 앞에서 연 집회다. 이들은 영화 상영 중단과 제작진·배우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튿날인 5일 최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암살자(들)' 출연 배우들을 향한 일부 보수단체의 도 넘은 침해 행위에 대해 경찰청 등에 엄정한 법 집행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경찰도 강경 대응 방침을 내놨다. 고범석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정례 간담회에서 "영화 '암살자(들)' 배우에 대한 위해나 협박과 같은 부분은 당연히 법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신자유연대는 "서울청장이 배우들에 대한 신변보호 팀을 구성하는 순간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청장을 고발할 것"이라고 맞섰다.
벨라도 역시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관계기관이 이번 사안에 어떤 경위와 법적 근거로 관여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위법성을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자료가 확인된다면 수사기관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고발을 포함한 적법한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보수단체 호국연합방패단은 이날 오후 5시께 영화 제작사인 하이브미디어코프 건물 앞에서 제작자와 배우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 예정이다.
'암살자(들)'은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 사건을 소재로 사건을 둘러싼 의혹을 다룬 영화다. 육 여사가 재일동포 문세광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는 당시 수사 당국의 공식 발표와 다른 가능성을 제시해 역사 왜곡 논란이 일었다.
제작진은 "사건과 관련해 작성된 다양한 기록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한 극영화"라고 해명했다. 이어 "영화 어디에서도 특정 인물을 사건의 배후로 규정하고 있지 않으며, 영화 속 가설과 극적 설정을 역사적 사실로 제시하고 있지도 않다"며 "본 작품은 특정한 역사적 결론을 새롭게 확정하거나 기존의 사실을 부정·왜곡하기 위해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고 밝혔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