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 정밀도 좌우하는 '표적 선택성'

입력 2026-10-05 18:10
세포의 표면에는 외부의 신호를 세포 안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다양한 단백질이 있다. 섬유아세포성장인자수용체(FGFR)도 그중 하나다. 세포막을 가로질러 박힌 안테나처럼 생긴 이 FGFR은 네 종류로 나뉜다. 1~4번 모두 구조는 비슷하지만 작용하는 조직과 역할에 차이가 있다.

최근 바이오업계의 관심을 끄는 물질은 이 가운데 FGFR2다. 세포 성장과 분화에 관여하는데 이상이 생기면 암을 키우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간 내 담관암 환자의 10~15%는 이 FGFR2 유전자 일부가 다른 유전자와 비정상적으로 결합(융합)하거나 구조변화(재배열)를 일으키는 문제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선 미국에서만 매년 250~400명 정도가 이 문제로 인해 암 진단을 받는 것으로 추정한다.

그동안 치료에 있어 어려움은 FGFR1~4 가운데 FGFR2를 골라 억제하는 일이었으나, 지난달 23일 희소식이 전해졌다. 국내 바이오기업 HLB의 신약 ‘리픽투’(성분명 리라푸그라티닙)가 담관암 2차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것이다. 리픽투는 FGFR2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도록 설계한 표적항암제다. 리픽투가 겨냥하는 시장에는 이미 ‘페마자이어’, ‘리트고비’ 등 FGFR 표적항암제가 진입해 있지만, 이들 치료제는 비슷하게 생긴 FGFR1·3·4까지 함께 억제한다.

선택성이 높아지면 불필요한 표적 억제에서 비롯되는 부작용을 완화할 수 있다. 기존 FGFR 저해제에서 흔한 부작용인 고인산혈증은 FGFR1 억제, 설사는 FGFR4 억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픽투는 초기 임상에서 기존 FGFR 저해제에서 흔히 나타나는 고인산혈증과 설사가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났다.

높은 선택성은 항암신약 개발에서 갈수록 중요해질 전망이다. HLB는 혈관내피성장인자수용체2에 대한 높은 선택성을 지닌 또 다른 신약 후보물질 ‘리보세라닙’의 미국 허가를 추진 중이다. 차세대 폐암 표적항암제를 개발하는 보로노이도 표적 선택성을 높여 불필요한 작용을 줄이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국내 한 바이오기업 관계자는 “선택성이 높을수록 비표적(오프타깃) 독성이 낮아 고용량 투여가 가능해지고, 약물 노출을 높이면 더 우수한 항암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